일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법인세율 그 자체와 투자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 점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실정입니다. 보수언론과 보수 정치인들의 반대 논리는 바로 그런 무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만약 투자가 법인세율의 오르내림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MB정부가 3% 포인트 내렸을 때 투자의 홍수가 일어났을 것 아닙니까? 법인세율을 낮추어도 투자가 전혀 늘어나지 않은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서도 법인세율을 원래의 수준으로 되돌리면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아우성을 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정부는 조세저항을 우려해 세율을 올리지 않고 세율구간을 조정하는 증세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대선 때 문 후보가 내건 공약, 즉 최고소득세율을 42%로 올리겠다는 공약으로부터도 후퇴하게 된 셈입니다. 나는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내리는 미봉책보다는 아예 아주 높은 소득에 대해 지금보다 더 높은 최고소득세율을 신설하는 정공법을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과세표준 10억 이상이라는 새로운 구간을 설정하고 여기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50% 정도로 높이는 방안 말입니다. 일년에 가만히 앉아 몇 백억원씩 버는 재벌이나 부동산 부자들에게 50%의 세율이 부당하게 높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수언론은 '세금폭탄'이라는 틀(frame)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실제로 세금폭탄을 맞게 될 사람은 전 인구 중 1%도 안 되는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이 교묘한 틀은 세금폭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도 반대 대열에 동참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Pagano and Jacob은 사람들이 조세에 대해 어떤 틀에 의해 이해하느냐에 따라 그것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조세 그 자체의 성격도 중요하지만 어떤 틀을 통해 인식하느냐가 그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보수세력이 선택한 세금폭탄이라는 틀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근거 없는 반감을 갖도록 만드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기업 하는 사람이 경제를 안다는 것은 결국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명박이 경제를 안다? 지나고 보니 우스꽝스러운 얘기였다. 기업을 아는 것이지 경제를 아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경제를 동일시하는 것은 지극히 초보적인 생각이다. 기업가 출신들은 친기업 정책을 쓰지 친국민 정책을 쓰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정책을 전환하면 거기에 맞는 사람을 써야 한다. 안 맞는 사람에게 그렇게 해보라고 하면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공평한 분배가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돕고 그 결과 성장이 촉진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공평한 분배의 추구가 성장을 저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장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애당초 성장이 우선되어야 하느냐 아니면 분배가 우선되어야 하느냐의 논쟁을 벌일 필요조차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와 같은 논쟁은 성장과 분배가 서로 충돌하는 목표라는 전제하에서만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 지출로 나간 돈이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는지 생각해 보세요.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 그리고 보육교사나 간병인 같은 복지 관련 종사자들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겠습니까? 나날의 생활에 쪼들리는 그들로서는 이 추가적 수입을 바로 소비지출에 쓸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구요. 그러니까 소비심리를 되살아나게 하는 데 복지지출만큼 효과를 갖는 게 없다는 말까지 할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