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와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맞붙었다.
박근혜를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정질서 수호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헌법재판관들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를 파면했다. 소수의견은 없었다. 보충의견이 있었는데 내 눈길을 끈건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이었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재판관은 흔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졌다. 안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우리가 경청해야 하는 건 안 재판관의 의견 속에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보수색이 강한 반기문 외교보좌관이 노 대통령에게 소신 발언이나 직언을 하는 경우를 청와대 근무하는 2년 동안 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1년이 지나기 전에 우리 사회 내 보수진영에서 "반기문이 변절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언론을 통해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된 1990년의 용산미군기지 이전 양해각서 체결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으로 협상 대표였던 반기문 보좌관은 그 당시 어떤 소신으로 그 양해각서에 서명했는지를 설명조차 못하고 "위에서 시키니까 했다"며 책임을 모면하는 발언만 했습니다. 절대 책임을 지지 않는 그 처신이 바로 '기름 장어'라는 별칭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현상유지적인 권한행사는 말 그대로 국가기능이 정지되지 않고 현재상태로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범위의 권한행사를 의미한다. 현상유지적인 정도의 권한행사는 원칙적으로 새로운 정책의 결정 또는 기존 정책의 내용변경이나 폐지, 공석인 공직의 임명 또는 기존 공직자의 면직이나 보직변경처럼 새로운 상태를 만들어내는 권한행사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 있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도 탄핵의 대상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이 허용한 권한범위를 넘어서 권한을 행사하면 법위반으로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여 국회는 탄핵이라는 가장 질서 있는 방법으로 대통령을 사퇴시켜야 한다. 일정한 시간을 두고 '명예롭게' 퇴진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단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 벌써 대통령은 여러차례 말을 바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이 퇴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혹여 대통령의 약속이행을 강제하기 위해 국회가 법률을 만들어 대통령이 약속한 시기로 임기를 단축하려 한다면 그것은 위헌적 법률로 선언되고 말 것이다. 헌법사항인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내년 4월까지 5개월은 정말 긴 기간입니다. 그 사이에 무슨 예상 밖의 사건이 생길 수도 있고, 박 대통령은 그것을 구실로 하야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그 사이 촛불의 동력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우기 내년 1월과 3월 헌재 소장과 재판관 한 분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그 시점이 되면 사실상 탄핵 발의를 하더라도 박 대통령 임기 전에 탄핵 결정을 받기 어려워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12월 대선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가자'는 주장을 하는 친박 의원들도 생겨날 겁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박 대통령은 그간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를 하면서도 한번도 자기 잘못을 인정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정말 굉장한 것이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조사됐다. 7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대기업들에 대한 신뢰 역시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다. 우리 한국인들끼리야 원래 그랬거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현실이 영화보다 저질이구나, 하고 덤덤하게 지나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불안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서 빠르게 돈을 빼고 있다."
박근혜의 워딩은 언뜻 들으면 사임을 표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임 의사는 전혀 없다. 박근혜는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에 떠넘기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헌법 70조는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박근혜는 지금 국회에 박근혜에 한해 대통령직 임기를 줄이는 원 포인트 개헌을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탄핵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