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와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부각한 정부와 여당.
국정감사의 파행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에 야 3당이 반발하면서 정쟁이 꼬리를 물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이명박 정부의 적폐를 들추자 이에 발끈한 자유한국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의지로 재조산하(再造山河)를 주창했었다. 이 재조산하는 임진왜란 당시 실의에 빠져 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충무공 이순신이 적어준 글귀로, 박근혜 전 정권과 그 부역자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헌정질서 유린으로 망가져 버린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자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국민의 뜻대로, 문재인 정부는 재조산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당면한 여소야대 국면에 따라 자칫 약화될 수도 있는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미·중 정상들의 언급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한반도 주변에서 미·중의 패권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음을 예고한다. 정치·경제적 양극화, 진영논리로 홍역을 앓으면서 국론분열로 통합력이 약화된 현재의 대한민국은 미·중의 패권전쟁을 막아내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속수무책으로 전쟁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BS가 주최한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가 19일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대본도 없이 진행되는 스탠딩 토론회를 도입하여 5명의 후보자 간 난상토론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로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토론이라기보다는 4명이 1등하는 1명을 몰매질하여 '문재인 청문회'로 만든 부작용을 노출했다. 관계자들은 국민들이 이번 토론회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효율적이고 성숙한 토론이 되기 위해서 보완사항은 무엇인지에 대해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성숙한 토론회를 기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전평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후보들의 정책실종 사태는 박근혜 후보 부실검증과정이 초래한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51%의 유권자들은 박근혜 후보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일찍이 박근혜-최태민-최순실 관계의 부적절함을 알면서도 미필적 고의로 불량품인 박근혜 후보를 공천하였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정당의 후보공천과 검증 그리고 유권자의 선택이 잘못되면, '정부실패'와 '정치실패'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산업화'의 성과가 상위소득 1%에 집중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고착화시켰으며, '민주화'의 성과는 민주화를 주도했던 차상위 소득 10%에 집중되어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하청·비정규직 노동자간의 양극화를 고착시켰음을 보여준다.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이 된 한국 민주주의의 실상은 한마디로, 상위소득 1% 산업화세력과 차상위 소득 10%의 상층노동이 좌우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하층노동을 지배·약탈하면서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과두제민주주의"로의 전락이다. "하층노동의 민주주의"가 없다는 것은 그동안 진보정당과 진보정치가 추구해온 민주주의와 그 결실이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위소득 10%에 속한 계층들에게 돌아가게 하거나 주로 민주화를 주도했던 세력들을 과대대표했음을 의미한다.
마키아벨리는 공화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공화주의 정신을 부패하게 만드는 '불평등'과 '부자유'라고 보았다. 중산층과 중도층이 강고하지 못하면, 권력과 재산을 많이 가진 계층은 법과 제도를 지키지 않게 되고,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은 신분·지위·재산 같은 조건에 의해 타인에 예속되어 노예와 같은 '부자유'상태에 빠지게 된다.
연대임금제도의 대표적인 예는 최근 소개된 일본판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저성장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과 비슷한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베 총리는 2015년에 '1억 총활약 사회'라는 목표아래 동일노동 동일임금제란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아베가 추진하고 있는 일본판 동일노동 동일임금제의 기원은 1951년 스웨덴 사민당이 성공적으로 시행하여 세계적으로 소개된 '연대임금제'에 있다.
지식인들이 이 문제가 사법처리로 가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와 시각에서 진지하고 용기있게 대응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필자가 지식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주변인들은 박유하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도 평을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무시전략을 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지식인들의 학문적 공론장 역할은 거의 하지를 못했고, 따라서 이번 사태가 사법처리로 이어진 데에는 지식인들의 책임방기가 있었고 이것은 지식인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현행 우리 헌법은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자, 즉 최고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있다. 개헌 없이 정치권의 타협으로 선거법 개정에 성공하여 결선투표제로 선거를 치르더라도, 결국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간의 타협이 유지되기 힘들어 분쟁으로 가거나 선거승패를 수용할 수 없는 유권자간 분쟁으로 위헌소송시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 분쟁과 송사의 과정 속에서 야기될 엄청난 국정공백과 혼란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의 정당성과 그 실현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최순실 사교(邪敎)일당에 의해 국가와 국민이 농락당했다는 개탄스런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51%의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렸다. 대통령 지지율이 5%로 곤두박질 친 것은 그들의 배신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준다. 분노한 시민들이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우리 헌법에 "대통령 국민소환파면제"가 있었다면 '거국 중립 내각'이니, '탄핵'이니, '하야'니 하는 절차 없이, 시민들은 즉각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권을 발동했을 것이다.
막스베버는 근대화와 근대정치의 탄생을 종교와 정치의 합일로부터 이 둘이 분리되는 '脫주술화'(disenchantment)되는 과정으로 보았다. 이번 사건이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대로, 종교적 주술에 의해 대통령이 포획된 사건이라면 우리정치는 '정치의 주술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박대통령의 정치가 주술화에 의존한 것이라면 정치개혁이전에 종교개혁이 필요할 정도로, 이것은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조국의 근대화'에 반하는 역주행임에 틀림이 없다. 박정희는 조국의 근대화를 명분으로 마을 토착신을 모신 성황당을 부수고 미신타파와 계몽에 앞장섰다.
단식농성을 통해 폭로된 이정현 대표의 우직함과 성실함은 그 대상이 국민과 국가가 아니라 자신의 주군(계파보스)인 '박근혜 대통령'에 전적으로 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다. 그의 우직함과 성실함은 끊임없이 힘 있는 주군을 찾아 보스에게 충성하면서 그 대가로 지위와 권력을 보상받는 데 필요한 봉건적인 생존기술이고, 그런 점에서 퇴행적이다. 따라서 이정현 대표의 성공은 오롯이 개인 스스로 성취한 노력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계파보스인 박 대통령에게 충성하여 하사받은 성실함의 대가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추 대표가 대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다. '제3지대론'(제3지대 정계개편론)을 차단하는 일이다. 당에서 제3지대론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인사는 김종인 전대표이다. 김종인 전대표는 지난 8월 18일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새누리당은 친박으로, 더민주는 친문으로 계속 가고 있는데, 이렇게 간다면 중간지대에서 정계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여야 모두에서 양 극단이 기승을 부리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세력들이 중간에서 헤쳐모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병우 사태도 개인비리의혹에서 정권불신으로 국면이 바뀌고 있다. 당초 우 수석의 비리의혹에 맞서 야권과 시민단체는 우 수석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우병우 수석을 구하기 위해 이석수 감찰관의 감찰유출(?)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이 감찰관의 무력화를 시도하자 야권과 언론의 극한 반발이 일어났다. 조선은 "청와대가 우 수석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개인 비리 문제가 이젠 정권 차원의 문제로 커져버렸다"며 "청와대의 판단력이 단단히 고장 나 있지 않고서야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의원의 리베이트 사태는 선거공영제라는 좋은 취지를 악용하여 선거비용을 과다하게 부풀려서 국민의 세금인 국고를 사적으로 횡령한 사건이며, 서영교의원의 딸 특혜와 갑질행태 역시도 국고로 운영되는 세비와 의원실 운영비를 공익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부적절한 인사들이 어떻게 국민의 세금을 약탈하여 사적인 배를 채우는지(즉, '부적절 의원들의 기생성')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이야기하지만 그의 정신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친노패권주의와 같은 부정적 친노 인식은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계승노선을 가로막고 있다. 친노패권주의가 그의 정신과 무관하다면, 그것을 새롭게 담을 프레임 정립을 고민해야 한다.
민주화가 된 지도 근 30년이 되는 만큼 친노 인사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더민주당은 민주투사로서의 전기 노무현보다는 국민통합을 위해 협치와 공화주의에 전념한 후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여 실체가 불분명한 '친노패권주의'라는 나쁜 이미지와 오해를 방어하고 혁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더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노무현 정신과 그의 중도확대론까지 제대로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김대중 노선의 의의와 한계를 비판하고 있는 노무현 정신을 직시해야 한다.
거대양당에 불만이 있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이탈을 했다. 이탈자들은 제3당의 출현으로 "투표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투표다양성의 확장"이라는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진영논리를 넘어섰다. 제1당과 제2당에 불만이 있지만 반대당에게 투표할 수 없었던 유권자들이 '전략적 교차투표'를 통해 국민의당을 선택함으로써, 중간지대를 키웠다. 그 결과 0에서 10까지 있는 이념척도(중도는 5점)에서 10쪽의 극보수(새누리)와 0쪽의 극진보(정의당)가 작아지고 우클릭한 더민주당이 원내1당으로 등극하는 새로운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