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북한 징벌 수단이 없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확성기 방송 재개? 그걸로 김정은이 눈 하나 깜짝하겠는가. 유엔 안보리가 차려놓은 별로 먹을 것 없는 밥상 한 귀퉁이에 숟가락 하나 들고 앉는 것 말고는 취할 조치가 없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 닥칠 안보 위협이다. 북한이 실험한 것이 수소폭탄이든 그 전 단계의 증폭핵분열탄이든 핵탄두의 소형화 실험이라는 것과 북한의 핵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분명하다.
야구에서 더블플레이는 한 게임에도 여러번 나올 만큼 흔하지만 한꺼번에 아웃카운트 세개를 당해 공수교대가 이뤄지는 삼중살(三重殺)은 한 시즌에 한 차례 나올까 말까 하다. 지난 12월 28일 한·일 외무부장관이 발표한 일본군 위안부합의는 한국외교가 삼중살을 당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한꺼풀만 들여다보면 최악의 협상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군국입국에 아시아 국가들은 불안하다. 일본에는 세계인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국제적인 부전(不戰)조약 위반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1차 대전 후 미국과 프랑스가 부전조약을 체결했다. 일본의 외교적 노력으로 이 조약은 국제연맹의 비준을 받아 '국권의 발동으로서의 전쟁'은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되었다. 그런 일본이 독일·이탈리아와 함께 추축을 형성해 2차 대전을 일으켜 50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일본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불신이 깊어 가는 가운데 집단자위권의 범위 확대, 미·일 방위 가이드라인의 강화로 군사·안보에 관한 한 일본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참으로 불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