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는 33년, 자사고는 24년 만에 사라진다.
Beyond Gender|호주 2 - 성평등은 당연히 남성에게도 좋다
상산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공정함은 심각한 수준이다. 누구누구가 경시대회를 전략적으로 노리고 학원을 다니더니 상을 휩쓸어가더라, 학교에서 '될 놈들'에게 학생부를 잘 써주더라, 친구가 3백만원짜리 컨설팅을 받아 논문을 쓰더니 상을 받거나(논문경시대회) 교과 세특(세부능력 특기사항)에 기재되더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주는 데 얼마라더라 등등.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체험하고 목격하는 일이기 때문에 체감되는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흑색선전 정도로 폄하하거나 매도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가 학습 촉진자, 동기유발자, 코치 등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 이런 변화는 거의 일어나고 있지 않다. 어쩌면 교사가 교단 위 현자의 위치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돕는 것에 대해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교사의 권위를 다 내려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교사의 역할 변화는 빨리 일어날수록 좋다.
'교육진보'세력은 '공교육정상화'를 명분으로 대학과 고교 입시에서 학교내신 반영비중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더 고통스럽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래, 아니 유사 이래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통제적인, 강압적인, 경쟁적인 삶을 살아간 적이 있던가? 그런데도 최근 소위 '진보교육감'들은 고교입학전형에서 중학교 내신 비교과 비중 높이기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제 중학생의 고통도 고등학생에 이르게 될 것이고 사교육비는 더 증가할 것이다.
한국의 교실에도 다양한 능력의 차이, 수준의 차이, 흥미의 차이, 장래 희망의 차이가 있는 아동들이 함께 앉아 있다. 당연히 개별화 지도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표준화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는 데는 개별화 지도가 그리 필요하지 않다. 개별화 교육의 여건을 갖추는 데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럴 재원도 부족하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교육시스템을 지속시킨다면 '학포자'의 양산은 불가피하다. 이는 각 개인들에게 최적의 학습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불공정한 교육이며 이는 개인적, 사회적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는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사실상 수학 중심의 대입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사실상 수학점수가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교육의 수학 편향도 더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가히 수학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특기자전형 외 전 세계에 이런 대입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대입제도 하에서는 수학부진아는 단순한 수학부진아가 아니라, 학습부진아 취급을 당하게 된다. 학생이 수학 외 아무리 다양한, 좋은 재능, 강점이 있어도 수학을 못하면 학습부진아 취급을 받는다.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을 하면서도 표준화 시험 성적이 그렇게 높게 나온 것은 대단한 성공이다. 게다가 본토인들의 자녀들과 이주민의 자녀들 사이에 PISA 성적의 차이기 거의 없다는 것은 매우 공정한 교육을 했다는 의미다. 온타리오 주는 학습장애를 가진 아동들에 대해서도 '높은 기대'를 유지한다.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모두를 위한 성공/학습'이란 질 높은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의 각종 의무와 책임을 새로 짊어지게 된 학교현장이 인성교육진흥법의 인성교육을 어떻게 수용하고 소화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인성교육 실시계획은 문서로만 남을 것이며 실적 역시 보고서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인성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교사연수도 형식적으로 제목만 바꿔달 가능성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