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박'이라는 호명장치가 여성혐오인가 아닌가 라는 물음 자체는 '예스와 노'만을 강요하는 매우 표피적인 것으로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음에 대한 물음'을 다시 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시 물어야 할 물음들은 첫째, 여성에 대한 호명과 남성에 대한 호명은 각기 '어떠한 가치관'에 의하여 형성되고, 회자되고, 재생산되는가; 둘째, 남성을 호명하는 장치는 '미스터(Mr)'밖에 없는데, 왜 여성을 호명하는 것은 두 가지, 즉 '미스(Miss)'와 '미세스(Mrs)'로 나뉘어지는가; 셋째, 어떠한 이유에서 사람들은(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이러한 사회적 호명장치에 대하여 문제제기하는가.
이 두 가지의 현대 설화 속에서도 우리들의 오래된 강박관념은 드러난다. 남자는 여자에게 본능적으로 나쁘다. 그의 성욕은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와도 같고 여자는 남자의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의 대상이 됨으로써 존재감을 확인한다. 그러나 그의 욕망은 언제든지 나 아닌 다른 여자를 겨냥할 수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반면, 남자들의 서사 속 쌍년은 세상의 모든 여자들처럼 돈과 권력에 무너지는 나약한 존재이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나보다 더 나은 남자를 찾아 떠남으로써 쌍스러움을 완성한다. 이는 오래도록 제기되었던 남녀의 진화론적 특성과 맞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