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은 먹이를 구걸했고, 왈라비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한국의 남은 동물원 코끼리 17마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에게 동물원이란 무엇일까?
무게 60kg의 2010년생 암컷으로 ‘뽀롱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퓨마에 대한 흔적들을 정리해 보았다.
특이한 동물을 반려동물로 기르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아쿠아플라넷은 2014년 개장 당시부터 대형 육상 포유동물인 재규어 두 마리를 시험관 같은 유리벽 안에 전시해서 논란이 되었다. 사방이 뻥 뚫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인데도 관람객의 눈을 피해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도 찾아볼 수 없었고, 야외방사장도 없었다. '유리감옥' 속의 재규어들은 사육장 안을 반복적으로 왔다갔다하는 정형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3년생이라는 재규어 두 마리는 1미터쯤 되는 거리를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을요. 한 마리는 같은 위치에 머리를 쿵쿵 찧었습니다. 한 자리에 어찌나 많이 부딪혔는지, 유리창에 자국이 나 있을 정도였어요. 계속 움직여서인지, 높은 온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숨 가쁘게 헉헉대고 있었습니다. 너무 숨이 차면 잠시 누워서 숨을 고르고, 곧 다시 일어나 왔다 갔다 하기를 반복하더군요. 불쌍하다며 안타까워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관람객들도 많았습니다.
텐노지동물원이 자랑하는 '아시아 열대우림 존'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코끼리를 보았다. 코끼리는 실내 사육장으로 들어가는 문에 굳게 걸린 빗장을 코로 휘감고 앞뒤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무리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인 코끼리는 침팬지만큼이나 단 한 마리만 사육하기 부적절한 동물이다. 영상 2-3도인 오사카의 겨울은 코끼리를 하루 종일 야외방사장에 내몰기에는 너무 춥다. 코끼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앞뒤로 흔드는 행동 역시 격렬하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마치 소리 없는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유리벽 앞에 모여선 관람객 네다섯 명이 벽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벽 너머에는 마치 작은 밀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다는 퓨마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를 한껏 낮춰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은 곧 망설임 없이 몇 걸음 옆에 설치된 스크린 앞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다음 동물을 찾아 나섰다. 어느 누구도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동물은 어디 있느냐'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행동반경이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야생동물을 좁은 공간에 사육하는 것은 동물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수십 차례 증명된 바 있다. 2008년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은 유럽 내에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코끼리 4천 5백 마리에 대해 1960년부터 2005년까지 4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코끼리는 야생에서의 평균 수명이 35.9년인데 비해 동물원에서는 16.9년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 앞에서 코끼리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밧줄과 사슬, 흔히 말하는 조련도구인 '불혹' 등이라든지, 항상 곁을 지키고 있는 주인 혹은 조련사의 감시와 보호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코끼리를 본 적이 있던가? 어릴 때부터 책으로, 동물원에서, 혹은 각종 방송과 영화를 통해 보았던 코끼리의 이미지들은 전부 다 사람의 손에서 길들여진 것들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그야말로 야생 그대로의 코끼리는 만나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 뒤로 몇 개월을 아시아 지역에서 떠돌다가, 마침내 나는 태국에서 '진짜' 코끼리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