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데이팅앱에서 'PrEP(Pre-exposure prophylaxis: 프렙, 노출 전 예방법)'이라는 표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2012년 미국에서 프렙이 처음 허가되었고 많은 나라가 그 흐름에 동참하는 가운데 2017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루바다를 세계 첫 HIV 예방약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대한에이즈학회가 PrEP 도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습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연애하고 사랑하고 섹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관계라고 말하곤 한다. 또 절반은 틀리다. 에이즈에 걸렸다고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루 한 알 간편하게 복용하면 치료가 끝날 정도로 에이즈 치료제는 '완치'를 향해 발전해가고 있다.
영화를 보며 가장 먹먹했던 순간은 바로 낯선 이에게 폭력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게딘이 자신의 건강보다 HIV감염인 파트너 조나단의 건강을 챙겨달라고 광부노조 가족에게 부탁하고, 조나단이 에이즈 감염사실을 광부노조 가족에게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에이즈'가 뭐든 상관없다는 듯 그의 손을 꼭 잡아주는 광부노조 가족의 모습은 마치 약자와 약자가 연대하는 모습의 완성형 같았다. 런던프라이드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던 시대에 약자와 약자가 서로의 손을 잡고 어떻게 버티고 변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군형법상 추행죄는 성폭력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이 조항이 없어도 군형법에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조항이 있다. 설령 군형법에 성폭력 처벌 조항이 없어도 일반 형법이나 성폭력특별법과 같은 조항을 적용하므로 성폭력 처벌에 대한 공백이 생긴다고 볼 순 없다. 오히려 성폭력을 처벌하고자 한다면 병사들 간에 입대일 하루 차이로 생기는 기수 문화, 권력차이를 없애는 게 먼저다.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한 권력 차이가 전제된다. 실제로 병사들끼리 업무 지시하고 복종하는 과정에서 위계가 발생하고 구타, 폭행, 성폭력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동성애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성폭력을 없앤다? 이것은 핀트가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