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의 기회, 90%의 절망
개혁진보성향 지식인들의 모임
그래서 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그 핵심은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국세 보유세를 도입하고, 그 세수를 전액 모든 국민에게 1/n씩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나는 이 세금을 국토보유세라 부르고자 한다. 국토보유세는 천부자원인 토지에만 과세하고, 종합합산, 별도합산, 분리과세 등 용도별 차등과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며, 모든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과세한다는 점에서 종합부동산세와 크게 다르다.
추미애 대표는 1950년 조봉암 선생이 추진했던 농지개혁에 버금가는 지대개혁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이 개혁으로 대한민국의 멈춰진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가장 위대한 도전'에 나서자고 촉구했다. 추미애 대표의 이번 연설은 큰 의미를 갖는다. 추 대표는 한국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의 핵심에 지대 추구의 특권이 존재하며, 이를 그냥 두고는 소득주도 성장도 불가능함을 분명히 지적했다. '지대 추구의 덫'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것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보유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던, 대선 캠프 인사와 집권 후 청와대 인사의 발언이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음으로 보유세 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사에서 기념비적인 정책들을 시행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그것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조·중·동은 그렇다 치고 참여정부 정책 담당자는 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생각을 갖게 됐을까? 적군의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비난 방송을 매일 듣다가 그만 그 내용을 받아들이고 마는 병사처럼, 은연중에 조·중·동의 주장을 내면화한 것은 아닐까?
증세로 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를 확대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극도로 불안하고 활력 없는 상태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미래가 자명한데도 여야 모두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취하지 않으니 큰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슈퍼리치 과세는 세수 증가가 연 3.8조원밖에 안 되는, 그야말로 제스처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 세수 증가액으로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기초연금 연 10만원 인상' 소요 재원(연 4.6조원)조차 조달하지 못하니 말이다.
홍 부본부장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장기적으론 옳은 방향"이란 전제를 달면서도 "현재로선 추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하고, "중도금 대출 규제, 분양가상한제, 뉴스테이 같은 현 정부 주요 부동산 정책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2015년 현재 GDP의 0.78%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를 GDP의 1% 수준까지 인상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후보의 기존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안철수 후보 측이야 지금 보수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그렇다 치고, 문재인 캠프 쪽 홍종학 부본부장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그 권리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아무 권리도 없는 기득권층에게 예산과 특혜를 몰아줘서 막대한 공짜돈을 챙기게 하는 정책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여 토건귀족들의 주머니를 채운 것은 무슨 정책인가? 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국민경제를 활성화시킨 구국의 결단이라 해야 할까? 박근혜 정부가 억지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여 건설족의 이익을 극대화한 것은 또 어떤가?
그로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개혁적 진보에 관한 것들이다. 이는 유고집에도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지형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혁과 수구의 구분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진보-보수는 시장과 국가의 상대적 양의 관계에 관한 것이고, 개혁-수구는 시장과 국가의 질에 관한 문제다. 그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진보파가 꼭 개혁파는 아니다. 주사파는 북한 개혁개방에 반대하는 수구파이고,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특권 문제를 외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재벌개혁을 외면하는 진보학자는 수구파에 해당하고, 새누리당의 소수 쇄신파는 오히려 개혁적 보수파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뉴라이트 운동의 대부 안병직 교수의 제자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와는 안병직 교수 아래에서 동문수학했다. 2005년경부터 시작된 이영훈 교수의 역사 교과서 비판은 지금 청와대가 밀어붙이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진원(震源)이다. 근원을 파헤치지 않으면 잘못을 바로잡기 힘들다는 마음에서 스승과 선배를 정면 비판하는 부담을 감수하고자 한다.
온 국민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있는 가운데 왜 이런 황당한 주장을 펼칠까? 논거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가 1945년 8월 15일에 해방을 맞기는 했으나 세계를 향해 독립을 선포한 것은 1948년 8월 15일이다. 1949년 9월 이승만 정부는 '국경일 제정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여 그 날을 광복절로 지키기로 하고, 1950년, 51년 8월 15일을 각각 제2회, 제3회 광복절로 경축했다. 그런데 1951년 한 언론의 실수로 제3회가 제6회로 기록되면서 혼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