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언급하면서.
공식 시찰 뒤엔 혼자 출장지에 남아 엿새간 개인 일정을 보냈다.
그땐 그랬지.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표현 하나는 바로 '서민' 입니다. 서민으로 살아가는 중간자들의 투표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안희정 지사가 더민주당 경선 시 대연정을 제안하고 다소 보수적인 노동·경제 정책들을 들고 나왔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우클릭을 보이고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을 시사하는 이유나, 더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복지정책에서 다소 후퇴하고 사드 배치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중간자들에게 구애를 펼치는 것 아니겠습니까. 중간자들은 이렇게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MB는 4대강사업이니 자원외교니 하는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자신은 떳떳하다고 늘 강변하지만, 누가 마음먹고 털기 시작하면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로서는 많은 약점을 가진 박근혜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자신이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전 정권의 비리를 터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까요. MB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 박근혜를 지원했던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가졌기 때문에(just because of) 박근혜를 지원했던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고백하는데, 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면서도 대선 투표에서 박근혜를 찍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나는 박근혜 후보의 검증 책임까지 맡고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집권을 하면 나라가 어찌될까 심각하게 걱정을 했다. 오죽하면 그 당시 '박근혜와 최태민과의 관계가 드러나면 온 국민이 경악할 것이고, 박근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며칠 동안 밥도 못 먹을 것'이라고 얘기했겠는가. 불행히도 이 정권은 내 예상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흘러왔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감옥에서는 오후 5시에 밥을 먹고 5시 반부터 TV가 나왔다. 7시에 뉴스를 보고, 드라마 1편, 불후의 명곡을 보면 9시에 TV가 끊겼다. 일상이 그랬다. 그런 뒤 점호를 하고 공식적으로는 자는 시간이다. 하지만 보통 9시에 점호가 끝나면 이부자리 펴놓고 책을 보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간은 평화의 시간이다. 평온 그 자체다. 출소하기 전날 밤 9시가 됐는데 감옥 동료 두 명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이불을 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내가 자정이 넘으면 출소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불을 깔라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교총에서 반대하고 나선 점이다. 교총 회장이 TV토론에서 외고개혁에 반대하는 쪽 패널로 나왔다. 교총은 일반 교사들이 주축인데 그들을 대표하는 교총회장이 반대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조·중·동은 교총회장 말을 인용해 마치 전 교육계가 반대하는 것처럼 1면에 기사를 올리곤 했다. 당시 교총회장이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한다고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이주호에게 얘기해서 교사들 자료를 달라고 했다. 교사들을 상대로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을 들여서 여론조사를 했더니, 교사들은 외고개혁에 대해서 90% 이상이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반인보다도 찬성비율이 더 높았다.
기업 하는 사람이 경제를 안다는 것은 결국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명박이 경제를 안다? 지나고 보니 우스꽝스러운 얘기였다. 기업을 아는 것이지 경제를 아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경제를 동일시하는 것은 지극히 초보적인 생각이다. 기업가 출신들은 친기업 정책을 쓰지 친국민 정책을 쓰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정책을 전환하면 거기에 맞는 사람을 써야 한다. 안 맞는 사람에게 그렇게 해보라고 하면 결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외교 상식에서 자원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촌스러움의 극치다. 외교에 자원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는 게 넌센스이다. '나 자원외교 합니다'라고 얘기하고 자원외교 하는 게 어디 있나. 상대로 하여금 값을 올리게 하는 행위다. 예를 들면 '나, 너희 금 사러 간다. 그것도 대통령 형이 간다. 그리고 우리 실적 올려야 하는 것 알지?' 이런 식이다. 세상에 이런 외교가 어디 있나. 그쪽 나라 입장에서 보면 '아, 호구가 나타나는구나. 우리가 어떻게 말아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MOU를 맺고, 양로원이고 뭐고 다 짓도록 해놓은 다음 국유화 해버린다.
MB정부는 촛불사태 이후 국민통합이 아니라 상대방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갔다. 촛불사태를 겪고 난 뒤 저 사람들은 화해할 수 없는 세력이다, 그 핵심이 노사모이고 친노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본질적으로 대통령 비자금의 영역을 건드린 것이다. YS나 DJ는 상대방의 비자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MB 정부는 수세에 몰리니까 상대방을 치기 위해 비자금 영역을 건드렸다. 그것을 기획한 인물이 B청장이다.
거대한 인간파도가 서울 한복판을 덮쳤다. 나는 이를 '2016년 시민혁명'이라 부르겠다. 20만이란 수만 중요한 게 아니다. 참여자들의 구성은 더 중요하다. 이번 집회시위는 노동자만의, 농민만의 생존투쟁이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나왔고, 노인과 소년이 나왔다. 노동자와 농민이 나왔고, 빈민과 중산층이 나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아이들 온 가족이 나왔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손을 잡았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
영유아 보육예산, 청년자립을 돕기 위한 예산, 보훈관련 유공자 처우개선 예산 등 국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업에는 가혹한 지방정부 책임 분담과 예산 삭감의 칼이 날아오고 있다. 지방정부는 하위 단계로 가면 갈수록 견제장치가 많아 예산을 헛되이 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지방의회와 지역 시민단체, 감사원의 감사,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등 촘촘하게 짜여진 감시체계와 주민 예산편성과 각종 민원 등으로 지방정부는 이젠 거의 "을" 내지 "병"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엄청난 기획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중앙정부의 부처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견제장치가 적다. 이해관계자들과만 교류하고 일반 시민들의 접근은 거의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