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까도 되고 문재인 지지자들 까도 되냐. 그게 국민TV에서 가능하냐”
역설적이지만 만일 2007년 조준웅 특검이 없었다면 고작 3%의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이건희가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하면서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해온 사실은 지금까지도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이재용은 선대에서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를 풀고 처음부터 바로 꿰어야 한다. 죗값을 달게 받고 그룹의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경유착이라는 구태를 쇄신하지 않는 이상 삼성은 더이상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그룹일 수 없다.
한국 언론 지형에서 보수 성향이 압도적인 이유는,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이유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 때문이 아니라 '언론에 투입되는 돈의 출처'에서 재벌=삼성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삼성 관련된 법안을 발의하면, 그 법안이 논리적으로 단단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일수록, 그날은 '삼성 광고비가 언론사에 풀리는 날'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그래서 '삼성 관련법'은 사실상 '언론사 광고비 활성화법'으로만 작동된다. 물론, 삼성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는 실리지 않는다. 삼성 광고팀은 부지런히 광고비 지출을 대가로 해당 기사를 디펜스해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헌법 제1조가 무너진 것에서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왕조국가였고, 비선공화국이었다. 자본공화국이었고, 관료공화국이었고, 기득권공화국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시스템은 전혀 헌법 제1조와 무관하게 설계되었고 운영되어 왔다.
물론 어버이연합이 '어버이 세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종일 종편에 눈과 귀를 맡기거나 소일거리를 찾아 떠도는 노인세대가 새롭게 정치적 사회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얼마 전에도 종로의 한 까페에서 나는 한 노인이 다른 노인을 '의식화'하는 것을 보며 그들의 '젊은' 혈기에 화들짝 놀랐다. 노인들은 가난해 보였고 '화려한' 과거에 대해 오래 얘기했다. 우리가 '아스팔트 노인'들을 한낱 권력과 자본의 주름진 허수아비로 보는 순간 그들은 다시 모여 앉아 '노병은 죽지 않는다'(어버이연합의 초기 구호)고 서로 격려하며 새로운 소외의 경험을 모을 것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한국 민주주의의 선봉장 구실을 해온 대학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대학은 4·19혁명,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늘 선두에 섰고, 노동운동을 이론화, 조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국가권력과 자본권력이 결탁하여 대학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