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너무나 선명하고 뚜렷이 기억나는 규칙들. 일병 때까지 혼자 담배를 피울 수 없었고, 상병 때까진 거울을 봐서도 안됐다. 스스로 부대 밖을 걸어나가려면 병장이 되어야만 했다. 한도 끝도 없는 규칙들은 매일 같이 구타를 양산했고, 동시에 군생활의 유일한 낙을 제공했다. 권리를 하나 하나 성취해 나가는 군생활. 온갖 고난으로 각자가 쟁취해 낸 권리는 예외를 용납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귀신을 잡지 않았다. 시스템을 지켜 짬밥과 권리를 얻었고, 점점 커져 나가는 권력의 달콤함은 군대 밖 사회라고 다를 게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