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감탄하고 즐거워할 일은 아니다. 얼굴을 노출하는 이 자연스러운 행위가 개인정보를 송두리째 도난당하는 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마이클 코신스키 교수가 9월 초 발표한 논문을 보면 이 걱정은 더욱 또렷해진다. 코신스키 교수는 심층신경망을 이용해 얼굴 사진만으로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 지능은 물론 성적 취향이나 잠재적 범죄 가능성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얼굴만으로 내 '아이덴티티'가 데이터화해 다른 이에게 해킹당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실명을 공개하고 글을 쓰게 하면 '악플'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0년 인터넷실명제 효과를 연구한 논문에서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글쓰기 행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실명제의 본질은 인터넷 공론장에서 '민증 까고' 의견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추적할 수 있는 세상은 곧 감시사회다. 감시사회에서 글쓴이는 자기검열에 빠지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된다.
카카오뱅크가 자랑하는 '패턴인증'도 시각장애인에겐 되레 골칫거리다. 카카오뱅크는 세 가지 인증 방식을 제공한다. 거래 비밀번호, 지문, 패턴인증이다. 패턴인증은 똑같은 패턴을 두 번 반복해야 등록된다. 시각장애인은 패턴을 그릴 수 없다. 더구나 두 번을 똑같이 그리라니. "진짜 문제는 시각장애인 접근성 기능은 늘 뒷전이란 점입니다. 카카오처럼 접근성 관련 노하우가 많은 기업조차 이 기초 작업을 안 하고 뒤늦게 고치잖아요. 개발 단계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인데요."
마리암이 증거물로 제출한 문서의 작성일이 2006년 11월8일이란 점이었다. 칼리브리 글꼴이 처음 개발된 건 2004년이다. 그렇지만 공식 선보인 건 2007년 1월30일 윈도우 비스타와 MS 오피스 2007이 출시되면서부터다. MS 오피스 2007 베타판이 2006년 11월30일 나오긴 했지만, 극히 일부 이용자만 대상으로 사용됐다. 마리암이 제출한 문서가 위조됐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게임 역사가 새로 쓰였다. 〈갤러그〉와 동갑뻘인 게임 〈미즈 팩맨〉(Ms. Pac-Man)에서 무려 만점을 받은 이가 등장했다. 〈미즈 팩맨〉은 일본 남코가 내놓은 아케이드게임이다. 팩맨이 유령들을 피해 미로를 돌아다니며 공을 다 주워 먹으면 미션이 끝난다. 이 게임, 만만찮다. 유령이 어디로 방향을 틀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최고 점수는 26만6330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99만9999점을 딴 이가 나왔다. 주인공은 '말루바'다. 사람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파워레이'는 낚시하는 드론이다. 무려 '세계 최초'란다. 중국 '파워비전'이 올해 초 '소비자가전쇼(CES) 2017'에서 처음 선보였다. 기본 임무는 여느 드론처럼 무인촬영이다. 활동 공간이 상공이 아닌 물속이란 게 다를 뿐이다. 파워레이는 여기에 몇 가지 기능을 덧붙였다. 본체에 1200만 화소 사진과 4K 동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자체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와 수중 음파탐지기로 물고기 유인도 한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화면으로 물속 상황을 감지해 물고기를 더 손쉽게 낚을 수 있다.
에마시계엔 작은 모터가 내장됐다. 이 모터는 진동을 이용해 뇌에 신호를 전달한다. 뇌는 신호를 받아 근육에 이완 명령을 내린다. 그래서 파킨슨병 환자도 쉽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는 잉여 신호를 근육에 보내고, 이 때문에 근육은 혼란에 빠져 많은 움직임을 한번에 일으켜 떨림이 발생한다. 에마시계는 손목 진동을 이용해 뇌 신호가 손목 근육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하이언의 표현대로라면, 혼란스러운 근육 반응에 '백색 잡음'을 주입하는 것과 같다.
미국 교육업체 프린스턴리뷰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온라인 SAT(Scholastic Aptitude Test) 가격을 지역마다 다르게 매겼다. 그랬더니 아시아인들이 같은 강의를 거의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에 수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은 저소득층 지역 아시아인에게 가장 높은 가격을 부과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7월 열린 한 미인대회도 논란을 남겼다. 대회는 전세계 100개국 6천명이 제출한 인물사진을 대상으로 얼굴 대칭과 피부 상태, 주름 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뷰티닷에이아이'(Beauty.AI)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었다. 인공지능이 뽑은 수상자 44명 가운데 43명은 백인이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자살이나 자해처럼 구조가 긴박한 상황과 연관된 단어나 구문이 수천 개로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는 긴박한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도 있었다. 예컨대 우리가 흔히 '부루펜'이라 부르는 해열·진통제는 자살 예측 단어 순위에서 14위로 나타났다. 심지어 무심결에 사용하는 '울음 이모티콘'은 11위에 올랐다. 울음 이모티콘 하나에도 상담 요청자의 절박한 심리가 담겨 있단 얘기다.
영화 〈쥬라기 공원〉은 2억 년 전 공룡을 20세기 말에 소환한다. 발상이 기발하다. 해먼드 박사는 화석 속 모기에 주목했다. 모기는 2억 년 전 빨아먹었던 공룡 피를 품고 있다. 이 피를 뽑아 공룡 DNA를 분리해 공룡을 복원해낸다. 황당무계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살짝 변주했다. 모기가 빨아들인 피를 이용해 전세계 감염성 질병을 진단·분석하겠다고 한다. 지구촌 모기를 병원균 수집 장치로 쓰겠다는 얘기다.
옥사이트 스마트스펙도 시각장애인이 '한 치 앞'을 보며 보행하도록 돕는 기기다. 스마트스펙은 시력을 부분적으로 상실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지금은 상용화를 앞두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단계다. 최종 제품은 지금보다 가볍고 착용하기 편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초기 모델은 녹내장, 망막염, 당뇨 등으로 인한 퇴행성 눈질환을 앓는 환자의 시력 개선을 돕는 데 주력한다. 스마트스펙이 눈을 오롯이 대신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지팡이나 안내견을 대신할 수준으로 성능을 올리는 게 옥사이트의 목표다.
'가상현실'(VR)은 꿈꾸는 현실을 눈앞에 소환하는 환술사다. 시공간도, 신체 능력도 훌쩍 뛰어넘어 새로운 경험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 공간으로 이동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바로 전용 기기다. 지금은 머리에 쓰는 기기가 보편화돼 있다. 그러나 이들 기기는 시력이 좋은 사람을 기준으로 기능이 맞춰져 있다. 시력이 나쁘거나 시각에 장애가 있으면 VR 기기가 편하지 않다. 안경을 쓴 채 VR 기기를 쓰기도 불편할 뿐더러 VR 기기가 눈동자 움직임을 제대로 쫓아오지 못할 때도 있다. 눈이 침침하거나 노안이 심한 어르신에게 VR 헤드셋은 롤러코스터나 다름없다.
페이퍼퓨지는 겉보기엔 장난감 실팽이와 똑같다. 원반과 실, 손잡이가 전부다. 원반에 혈액을 담은 작은 튜브가 달려 있다. 원반 구멍으로 끈을 관통시키고, 양쪽 손잡이를 당겼다 늦추길 되풀이한다. 그러면 가운데 원반이 회전하며 혈액 속 성분을 분리해낸다. 회전 속도는 최대 분당 12만5천 회(rpm)다. 일반 실험실에서 쓰는 원심분리기 '스탯스핀MP'의 최대 속도는 2만rpm이다. 연구진은 페이퍼퓨지를 이용해 15분 만에 혈액에서 말라리아균을 분리해냈다. 제작비는 단돈 2센트(약 200원)이다. 상업용 원심분리기의 1만5천 분의 1 가격이다.
몇몇 댓글이 눈을 찔렀다. "폼으로 맥 사놓고 윈도 프로그램 쓰려고 하네. 그럴 거면 왜 샀냐?" "왜 맥에서 돼야 함? 여기가 미국이냐 ㅋㅋㅋ." "걍 윈도 쓰면 되잖아." 아득했다. 불편하면 윈도 쓰라고? 언제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우리나라 표준 PC 운영체제가 됐단 말인가. 이 나라에선 '운영체제 선택의 자유'는 없는가. 맥 PC를 쓰는 일이 왜 허세로 비치는 것일까. 백번 양보해서, 허세로 맥을 쓰는 이용자는 공공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건가. 언제부턴가 이 당연한 요구는 마치 '떼쓰면→선심 쓰는' 일처럼 인식돼버렸다.
'트라이톤'처럼 처음부터 '한탕'을 의도한 사례도 있다. 트라이톤은 산소통 없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게 해주는 '인공아가미'를 표방한 제품이다. 2016년 3월 공개되자마자 사기 논란이 일었다. 애당초 물에서 산소를 걸러내는 게 아니라 인체 유해성이 의심되는 액화산소를 쓴다는 것이다. 트라이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기성 프로젝트'였다. 트라이톤 프로젝트를 소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설익은 정보를 전달했다. 독자분들께 사과드린다.
가짜 뉴스를 걸러낸 뒤에도 이미 퍼져나간 거짓 정보를 회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실 검증은 뉴스 작성 뒤가 아닌, 작성 이전과 작성 중에 작동해야 제 효력을 발휘한다. 그 과정에 정보기술이 도우미로 투입된다. 'FiB'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재학생 나바니타 드, 큉린 첸, 마크 크래프트, 어난트 고엘이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요즘 뉴스 유통의 대세 '페이스북'을 겨냥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범죄자 예측 기술'이 또다시 수면에 떠올랐다. 이번엔 '인공지능'이 가세했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학 후샤오린과 장시 두 연구원의 작품이다. 둘은 다양한 머신비전 알고리즘을 활용해 범죄자와 비범죄자의 얼굴 특징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두 집단의 차이점이 발견됐다. 후샤오린과 장시는 범죄형 얼굴에서 세 가지 특징을 찾아냈다. 범죄자는 비범죄자보다 ①윗입술 곡률이 평균 23% 더 크고 ②눈 사이 거리가 평균 6% 더 짧으며 ③코끝과 입술 양쪽 끝을 연결했을 때 선의 각도가 평균 20도 정도 작다는 것이다.
텅 빈 방에서 홀로 눈을 뜬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건강 상태가 뜨고, 옷장을 여니 옷을 추천해준다. 쇼핑몰을 지나가면 내 취향에 맞는 상품 정보가 가상현실(VR) 영상으로 펼쳐진다. 자율주행차를 타고 사무실에 도착해 노트북을 여니, 업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함께 해고 통보가 뜬다.
문신을 붙이면 그 속에 든 필로카르핀이 피부에 침투해 땀이 나오게 한다. 땀은 알코올 산화효소로 코팅된 전극에 닿고, 산화효소는 알코올과 반응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한다. 이 정보는 전기신호로 바뀌어 회로기판으로 전송되고, 다시 블루투스를 통해 휴대기기로 전송된다. 연구팀은 손쉽게 알코올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휴대용 음주측정기다.
'로봇 연기'란 꼬리표가 붙은 연기자가 있었다. 그에겐 무척이나 가혹한 메타포였을 테다. '연기에 감정이 없다'는 평가 말이다. 로봇은 감정이 없는 물체다. 사람이 로봇에 감정을 이입할 순 있겠지만, 그것이 로봇이 감정을 가졌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그래서일까? 우린 로봇을 이따금 거친 환경에 내몬다. 전쟁터를 누비고, 무너진 건물 더미로 들어가며, 공기가 없는 행성을 탐사하기도 한다. 그런데 상상해보자. 어느 날 로봇이 이렇게 말한다면? "저... 무서워서 못 가겠어요." 독일 라이프치히대학 과학자들이 로봇에게 고통을 가르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