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남성은 부부 덕에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친정엄마? 아니면 시어머니? 그래도 친정엄마가 편하지. 혜린씨 어머니 아직 젊으시잖아. 친정도 회사랑 가깝고 좋네 딱이네."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었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는 그 물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잘 모르겠어요. 여쭤봐야죠'였다.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이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제 10주 정도 되었노라고. 팀장님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내가 팀장님의 아기를 가진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 아...예정일은 언제고? 그럼 언제 쉬러 들어가냐?" 느낄 수 있었다. 업무공백이 생긴다는 것. 관리자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겠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끝끝내 "축하한다"는 말은 들을 수 없었다.
이 좋은 소식을 회사에 당장 알리는 것은 금물이었다. 많은 선배들은 10주는 넘어서 이야기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임신 소식을 일찍 알려봐야 좋을 게 없다고. 어떤 이들은 재계약 문제 때문에 배가 한참 불러오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가졌다고 실토했다고 했다. 진급을 앞둔 나의 친구도 졸음을 이겨가며 진급시험을 다 치르고 인사발령이 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후에 임신소식을 알렸다 했다. 철 모르는 사람들이 나보고 살이 쪘다며 결혼하니 편해졌나봐 하는 농담을 던졌지만 그래도 웃어넘겼다.
누군가 웃으면서 '여자들이 너무 많이 배웠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대학은 왜 갔고 그 어려운 취업문은 왜 뚫은 거냐'며 진짜 여자 인생은 별거 없다고 자조 섞인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들을 보며 문득 서글퍼지기도 하구요. '최고의 마케터'가 되겠다던 친구는 남편의 해외발령으로 그 좋은 직업을 내려놓고 오지에 가 있고 워커홀릭이의 대명사였던 한 친구는 곧 다가올 출산휴가의 끝을 아이도 자기도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