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도 자료를 수시로 전달했다."
감옥에서는 오후 5시에 밥을 먹고 5시 반부터 TV가 나왔다. 7시에 뉴스를 보고, 드라마 1편, 불후의 명곡을 보면 9시에 TV가 끊겼다. 일상이 그랬다. 그런 뒤 점호를 하고 공식적으로는 자는 시간이다. 하지만 보통 9시에 점호가 끝나면 이부자리 펴놓고 책을 보곤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간은 평화의 시간이다. 평온 그 자체다. 출소하기 전날 밤 9시가 됐는데 감옥 동료 두 명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이불을 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내가 자정이 넘으면 출소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불을 깔라고 했다.
다수 국민이 잘난 자들의 간교한 이성적 농간에 희생을 당하면서 공적인 삶에서 배제되고 급기야 제 한 몸과 자기 식구 건사하는 데 안간힘을 쓰도록 내몰리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최순실 사태는 화산 폭발로 작용하고야 말았다. 국민의 반응은 단지 한 마디, "도대체 이게 나라냐?"는 반문에서 잘 드러난다고 본다.
국민의당 부상은 반가운 일이다. 적대적 공생정치에 안주하던 기득권 양당체제를 일거에 깨뜨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평가할 때 그 안에 희망과 좌절이 함께 버무려져 있음을 보게 된다. 제3의 정치적 돌파구를 연 것은 희망이지만, 새정치의 비전은 여전히 공허하고, 무엇보다도 청산되어야 할 호남의 기득권 세력을 한껏 끌어안고 있는 형세다. 호남의 개혁정치만 포용하는 가운데 제3의 정치적 이념을 찾아 실현코자 한다면 새로운 사회 건설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구 사람들도 자식들 눈치는 본다. 세상 돌아가는 정보는 어느 정도 안다. 좀 불편하지만 새누리당만 찍은 이유는 그래도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될 때다. 내가 알아서 새누리당을 찍는 것과 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할테니 너희는 충실하게 따라와 라고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진박 논란을 펼친 사람들은 이 부분을 놓쳤다. 대구 사람의 자존감은 유명하다. 대구는 굳이 지하철이 필요가 없지만 '밍구스럽지 않기 위해'(즉 창피하지 않기 위해) 또는 '모양이 안 나기 때문에' 지하철을 3호선까지 만든 도시다. 나름 딸깍발이 정신 또는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와 같은 정서가 강하다. 진박 논란은 이 역린을 건드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