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게도 '교통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 중죄인을 둘러싸고 있는 황교안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과 한광옥 비서실장을 필두로 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비겁한 처신은 꼭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의 잘못이 아무리 크다 해도 옆에서 그를 보좌해온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해왔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84조는 내란죄라면 재직 중에도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형법에 내란의 죄라는 것이 규정되어 있다.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내란죄가 된다(87조). "국헌문란"은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91조 1호)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91조 2호). 최순실과 그 일당이 저지른 일들이 형법 91조 1호와 2호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혼미한 박근혜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까지 되었다. 대통령이 되고도 3년 8개월 동안 그야말로 야릇한 장막 뒤에 홀로 숨어 이상한 짓을 해왔다. 이 여인을 감싼 야릇한 장막이 하나의 블랙홀처럼 이 사회 전체를 말아먹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제 드러나고 있다. 헌법 84조를 들먹이며 "내란과 외환의 죄가 아니므로" 현직 대통령을 형사 소추할 수 없다고들 떠들지만, 도대체 이게 내란이 아니고 무엇인가? 바깥에서,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대다수 시민들은 줄곧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진실로 박근혜의 정신이 박약하다면 더 가까이 있는 자들이 설마 가만히 있겠느냐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참고 지내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