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된 가장 기쁜 날이자 가장 어두운 날이기도 했다.
과거의 기록을 찾아봤다.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 - 헌법재판소
7년이 지나 다른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노사정이 오랜시간 협의했다
위기의 해법은 사물이 움직이는 방식을 오랫동안 규정하는 법이다. 외환위기 20년, 위기와 이후의 해법이 누군가에게는 분명 축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도 축복이었는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것이다.
2010년 약 10%이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9월 4.2%로 하락하여 완전고용 상태지만 개인 소비지출 물가상승률은 연초보다 하락하여 전년 대비 1.6%였다. 일본은 양적완화를 계속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1%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실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시경제의 수수께끼라 부를 만하다.
노동자의 힘과 몫이 줄어들고 기술독점기업의 이윤만 커지면 수요가 부족해져 투자와 생산성 그리고 성장 모두가 정체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로봇세나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제적으로 사례가 없다는 비판은 어떨까. 주류 경제학도 이제 심각한 불평등이 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국제기구들은 포용적 성장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은 총리가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임금과 소비 증가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한다. 또한 힐러리 클린턴의 공약이 보여주듯 여러 선진국들은 불평등의 개선과 총수요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멈추시라. 대신 진지한 연구와 제대로 된 논쟁을 보고 싶다.
흥미롭게도 이제 보수적인 논자들이나 언론도 보편적인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원래 세금을 많이 내던 부자들만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불공평하고 세수도 얼마 안 되니 더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장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들이 47%에 이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진심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이 오랫동안 감세를 지지하고 증세에 반대해온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2020년에 1만원이 되려면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매년 약 16%씩 인상해야 하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나 중소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인상되어 임금과 비교할 때 선진국들 중 거의 중간 수준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최저임금 미만율도 높아져 2016년 현재 노동자의 13.6%, 264만명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가맹점업계의 불공정 관행과 임대료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처들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약자들끼리의 갈등만 심화시킬 수 있다.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한 번씩은 던져보았을 법한 질문이다. 최근 이 질문이 미국 등 선진국의 정책결정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어 실업률이 떨어졌지만 임금상승이 무척 느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5월 실업률은 4.3%로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간당 명목임금 상승률은 1년 전에 비해 2.5%였고,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4월 0.1%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명목임금 상승률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매우 느리다. 이러한 '임금 없는 성장'은 이제 경제의 새로운 수수께끼가 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빵을 나누는 문제는 역시 전세계의 고민거리다. 개인소득의 불평등도 심각한 문제지만 최근에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분배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기 시작하여 2000년대 들어 급속히 낮아졌고, 다른 국가들도 이와 비슷하다. 노동생산성 상승에 비해 실질임금 상승이 낮아서 국민소득에서 노동자들의 몫이 줄어들었고 기업에 비해 가계가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학계에 수수께끼와도 같은 일이라 이제 학자들은 머리를 짜내어 여러 설명을 내놓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2단계 아베노믹스와 일본 정부의 임금인상 노력이다. 아베 정부는 임금 상승을 아베노믹스 선순환의 핵심고리로 생각하여 관제 춘투(정부 주도의 봄철 임금인상)를 통해 기업들에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해왔다. 또한 아베 정부는 작년 발표한 '1억 총활약 플랜' 아래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장시간 노동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소득과 노동시장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줄푸세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 줄푸세 공약을 만들었다는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며칠 전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한 이야기다. 줄푸세는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의 공약으로, 법인세 인하와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엄격한 법질서의 적용을 말한다. 당시의 줄푸세 공약과 사상은 누가 보아도 1980년대의 레이건을 연상시키는, 낙수효과와 시장근본주의에 기초한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그런 줄푸세가 재벌개혁과 나아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의미하는 경제민주화와 상충되지 않는다니. 문재인 후보도 5년 전 "줄푸세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이들을 포함한 모든 야권 후보들이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등 비슷한 재벌개혁 방안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재벌개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을 개혁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남고 싶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삼성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렇다면 당시 재벌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재벌개혁은 정책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