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났다. 길 반대편에서 검은색 차우차우가 주인과 함께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차우차우의 주인인 남자가 '천천히, 천천히...'라고 개에게 속삭이는 것을 보니 다른 개를 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 듯해서 얼른 지나가려고 줄을 다잡는 순간, 1초 만에 차우차우는 '으르렁' 소리를 냈고, 주인은 즉각 줄을 당겨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발밑을 내려다보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하는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밴조의 귀는 반 이상이 사라져버렸고, 귀가 있던 자리에서는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