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대신 왼손 약지를 가리켰다.
세상에는 애초에 논의의 대상이 아닌,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가 찬반을 두고 다툴 수 있는 가치관의 문제로 오인되거나, 금기(박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낙태죄가 그 중 하나로, 지금껏 국가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취급해왔는지 투명하게 드러내는 사안이다. 여성이 임신을 지속할 자유와 지속하지 않을 자유는 온전히 그 여성의 선택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떤 헛소리도 첨언할 필요가 없다. 세상은 '베토벤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세포의 미래를 안타까워하지만 베토벤이 아니더라도 차곡차곡 자신의 생을 쌓아온 여성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마리아도 아메바도 아니니 혼자 임신했을 리는 없는데, 지우면 지웠다고 낙태충 낳으면 낳았다고 미혼모 또는 맘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