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상위대 몰아주기와 하위대 징벌하기 방식의 과거 신자유주의 정책을 답습하는 한, 앞으로 수많은 서남대가 생겨날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학서열은 더 굳어지고 대학이라는 기관 자체가 불평등의 산실이 되고 있는 현상도 심화될 것이다.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로서 '교육 마피아'를 척결해야 한다. 이들은 교육부 고급관료만이 아니다. 비리사학의 '소유주'들 외에도 각종 위원회에서 교육부의 충실한 꼭두각시 노릇을 하거나 장차관 자리를 꿰차는 교수들을 포함하며, 교육부 출신으로 교수, 총장, 이사(장)으로 변신하는 이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실상은 아직 대중에게 충분히 폭로되지 않았다. 총장 외의 주요 비리 관련 교수가 다 구속된 이화여대의 경우, 지원한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모두 선정된 일은 '비선실세'와 더불어 교육부의 조직적 공모자(들)이 있어 가능했을 것이지만 아직 진상은 숨어 있다.
신경숙과 문학권력에 대한 비판을 극단적으로 정형화시켜 놓고, 그 논리에 문제가 있다면서 창비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비판자들은 훨씬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만 해도 이응준 소설가가 신경숙 표절을 지적하던 바로 그날 페이스북 댓글에 "이 글로 신경숙 작가의 수작까지 매도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당연히 표절이라고 생각하고 이에 대한 분명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라고 쓴 바 있습니다. 이런 입장이 김종엽 편집위원의 주장대로 신경숙 "작품 전체를 쓰레기"로 보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창비가 이러한 프레임을 깨지 않는 한 어떤 생산적인 논의도 이루어지기 힘들 겁니다.
물론 학령인구의 감소가 대학현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고 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취지 자체를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의 질은 한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를 그대로 둔 채 대학들을 서로 경쟁시킨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한국은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OECD 하위권이며 사적 재원이 73퍼센트에 달해 70퍼센트가 공적재원인 OECD 평균과는 정반대다. 사학이 전체 대학의 80퍼센트를 넘고 그 대부분이 족벌경영을 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액등록금을 내고도 부실한 교육환경을 감수해야 한다.
누군가가 주인행세를 하는 대학일수록 문제가 많고 비리가 빈발하고 부실한 반면 어느 정도 운영의 공공성이 보장된 곳은 건실하게 성장해왔다. 족벌 사학이 지배하던 상지대가 '주인'이 비리로 쫓겨나고 관선이사가 운영하던 시기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나 두산이 '주인행세'를 하는 중앙대가 오히려 혼란에 휘말려 있는 것은 일부 사례일 뿐이다. 사립대학에 주인이 있다면 등록금을 내는 학생과 학부모인데, 정작 그 주인들이 대학의 주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지금대로라면 우선 학생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학부모 또한 '호갱' 노릇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거의 모르고 있다. 몇 가지만 짚어 보겠다. 첫째, 정부는 전국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이 높은 대학에는 혜택을 주고 낮은 대학은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대폭적인 정원감축도 요구해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3등급 이하에 분류되면 정원을 30프로에서 50프로까지 감축할 것이 요구되고, 대학에는 재정지원도 끊어버리고, 학생에게는 국가장학금도 주지 않으며 심지어 등록금대출조차 제한받는다. 당연히 교육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은 물론 폐과나 폐교라도 되면 엄청난 피해가 불 보듯하다. 즉 이 나라의 대학생 절대다수는 앞으로 정상적인 고등교육은커녕 혼란만 겪다가 대학을 나올 것이다.
최근 중앙대가 학사구조 선진화라는 이름의 대학구조개혁 방침을 발표하여 교내외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학당국의 발표를 보면, 중앙대는 학과를 폐지하여 2016학년도 입시부터 단과대학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1년 반 후 전공을 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대의 경우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교수 및 학생, 그리고 학과목 운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교수사회의 공론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여 발표하였고, 학문적인 고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정적 대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