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소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약속은 꼭 지키시길.
친박 중에서도 핵심인 정치인과 청와대 수석들, 장관들은 제 정신을 갖춘 사람들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1선에 진을 친 주요 인사들이 권력과 금력 그 자체에 눈이 멀어서 최소한의 합리성과 공의조차 외면하고 있었다면, 2선에서는 좀 더 그럴 것이고, 그 너머의 국민은 드리워진 안개로 인해 판단에 혼선을 빚었을 것이다.
인수위가 출범하면서 당선인 비서실 쪽에서 인사 작업을 한 사람은 나와 김원용, 박영준 세 명이었다. 그런데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 나는 내심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막상 인사 작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인사를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예를 들자면 내가 잘 아는 인물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거론됐다. 나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뻔히 알기 때문에 황당했다. 이런 인물이 무슨 청와대 수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큰일 나겠는데' 하는 걱정이 앞을 가렸다.
실세 주변에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그리고 견제 받지 않는 권력실세 주변에서 그를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매번 되풀이 되는 낙하산 인사와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된다. 역대 대선마다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되면서 낙하산 인사로 이어지고, 각종 이권 청탁으로 이어졌다. 노태우-박철언, 김영삼-김현철, 김대중-세 아들, 노무현-노건평, 이명박-이상득으로 이어지는 역대 정권 권력실세의 계보와 그 운명이 이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큰 선거에서의 승부는 논쟁적인 담론적 이슈 한두 개를 누가 내놓느냐에 따라 갈린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선거에서 '종합 대책', '선거공약집'으로 승부를 거는 일만큼 멍청한 것도 없다. 청계천 프로젝트는 선거 판세를 결정지은 위닝샷(Winning shot)으로서 전형적인 담론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MB는 청계천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순간 이미 서울시장이 되었고, 대통령까지 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선거에서 대형 이슈를 주도한다는 것은 판을 장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