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내외부의 염려가 불식됐다
정우성은 아름다운 배우다. 선남선녀들이 득시글거리는 연예계에서도 우뚝 솟은 듯 돋보인다. 흡사 조각칼로 세공한듯한 이목구비, 190cm에 육박하는 훤칠한 장신. 그는 특별하고 매력적이다. 그 특별함은 분명 외모에서 비롯하는 것인데, 단지 외모라고만 설명할 순 없다.
창모가 '난 비닐하우스 출신 허슬러 돈 훔쳐'라고 하면 "니가?"란 말이 튀어나오고, 오케이션이 "돈 못 벌면 뒈지기로"라고 하면 "어쩌라고?" 싶고, 스윙스가 '게으른 래퍼'들 욕하며 잘 먹고 잘 산다고 뻐기면 "너 잘 났다"는 생각만 든다. 하지만 우원재와 로꼬가 '사호선 첫차를 타고 집에 간다'라고 말할 때, 듣는 이들은 티브이 속 랩스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많은 래퍼들은 이미 돈더미에 오른 '과거완료형'의 가사로 허슬을 과시하고 이유도 없이 "혼자 화나"있다. 하지만 우원재는 세상의 비웃음을 올려다보는 '현재 진행형'의 가사로 자신의 왜소함을 긍정하는 동시에 그에 불복한다.
이 사람들 기본 정서는 억울함이다. 돌아오지 않는 청춘 2년을 버렸다는 박탈감에 젖어 있다. 그 사이 잃어버린 2년이 너무 아까운 거다. 군대에 관한 예비역들 발언을 가만히 들어보면 죄 "내 청춘을 돌려 달라"다. "나만 당할 수 없다", "여자도 군대 보내자", "(실효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무튼 대학과 취업에서 군필자를 대접해줘라". 군 복무 중인 장병들 인권과 복지를 향상하자는 포지티브한 내용은 없다고 보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장병 복리 개선해봤자 제대한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고통의 대물림을 끊는 건 너무 억울하다. "나만 당할 수 없다"가 아니라 나만 당하는 꼴이니까.
메갈리아·미러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최근 페미니즘 운동의 최대 성과는 misogyny를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 날 것의 정치적 갈등축으로 부상시키며 가시화했다는 점이다. 여성혐오란 번역어의 선명함과 직관성은 논란을 불사르며 여성 의제를 급속히 전파했다. 더 원만하고 중재적인 표현으론 이게 안 된다. 단순한 논란을 넘어 의제의 심화도 일어났다. 가령 여성혐오란 번역어를 채택했기에 misogyny의 적확한 번역어는 무엇이며 그에 앞서 misogyny가 무엇을 뜻하느냐는 세부 논쟁이 촉발된 것이다. 나무위키와 남초 커뮤니티에서조차 '미소지니'가 상용어가 된 것은 여성혐오란 낱말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