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의 큰손
명동에서 화장품가게를 하는 분도 참석하였습니다. 그 상인은 전 재산에다 빚을 보태 가게를 내었는데 3년 만에 겨우 수익이 나는가 했더니 사드사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차츰 유커가 줄어들다 최근에는 아예 매출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눈물을 흘립니다. 어디나 임대료를 못 내면 쫓겨나는 게 임차인의 처지라서 이제나 저제나 건물주의 계약해지통보가 올까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분이 명동과 동대문에는 수만 명이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전세계에서 모인 지도자들 앞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노선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으로 자유무역 노선을 수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시진핑이 롯데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불매 운동, 반롯데 시위, 유커들의 한국 방문 제한,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공연 줄줄이 취소를 소극적으로는 묵인, 적극적으로는 독려하는 것은 강대국 최고 지도자의 얼굴을 깎는 이중의 잣대다. 개념적으로 말하면 이중인격자다. 트럼프의 미국제일주의와 무엇이 다른가. 작은 이웃을 상대로 힘자랑하는 것은 중국의 역사적인 수치다.
북한은 압록강 강바닥을 건너는 송유관을 통해서 중국 원유를 들여와 봉화화학공장에서 정유해 군사·수송·발전용으로 공급한다. 2000년대 들어 연간 50만t이 조금 넘는 규모요, 북한이 소비하는 석유의 95% 정도를 차지한다. 북한이 탱크 한 대 움직이는 데, 군용기 한 대 띄우는 데, 미사일 한 발 쏘아올리는 데, 군대를 이동하는 데, 농산품과 공업제품을 소비지까지 실어 나르는 데,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까지 전적으로 중국의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석유 없인 전쟁도 못한다. 중국 석유는 북한에 응급실 환자가 끼고 있는 산소마스크 같은 생명선이다.
트럼프의 한반도정책과 한·미 동맹에 관한 인식도 한국이 알아서 자위책을 쓰거나 필요하면 미국의 군사적 억지력을 현금으로 "구매"하라는 것이다. 돈벌이에 대한 동물적 감각을 갖고 부동산으로 거만금을 축적한 철저한 장사꾼의 논리다. 그래서 트럼피즘(Trumpism)에 대한 대책의 출발점은 세밀한 트럼프 연구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한국 안에서는 핵무장론이 다시 무성할 것이다. 그러나 알아두어야 한다. 미국 외교는 트럼프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후보 트럼프와 대통령 트럼프는 같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