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모든 이슈가 블랙홀과 같이 묻히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될 것이 하나있다. 역대급 조류인플루엔자가 우리 농가를 휩쓸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천만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매몰조치 되었고 정부에서는 이동금지 조치까지 내려지고 2010년이후 가장 강력한 '심각' 단계 발령이 났다. 이 여파로 인해 계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온 국민이 만들어 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야당이다. 야당은 늘 그랬듯 분열과 다툼으로 인해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뒷북과 무능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총선 민심이 보여준 것은 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집권 여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였다. 호남 민심은 민주당의 오만함과 무능함에 등을 돌렸고, 수도권은 새누리당의 오만과 무능에 등을 돌린 것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정무기능 마비와 무능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무기능에 있다.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의 정체성도 역할도 잃어버리고 내부에서 싸우며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당 대표는 거의 최악의 정무적 무능을 보이며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허수아비가 되어버렸다. 민주당 대표는 합의 안된 돌출행동을 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으로 리더십을 잃어버렸다. 현재 정무적 무능을 보여주는 이들은 모두 건강하고 합리적 판단능력보다 정파적 이해가 강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선의 분수령이라 여겼던 TV토론에서 트럼프는 거의 참패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막판 지지율이 하락해서 거의 끝날 수 있었는데 FBI에서 회심의 일격을 날리자 패닉상태는 해소되고 다시 반격을 시작하였다. 선거 직전 힐러리는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물밑 여론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마지막 날 최종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가 신승하였으나 실질 표심은 트럼프가 압도하였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시국이 뒤숭숭 하다. 필자는 요즘 심란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대학생 시국선언도 참 오랜만에 보는 모습인데 중고생들이 가담하면서 상황이 더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마치 4.19 전야를 보는 듯하다. 사회원로들도 하야를 권고하고 주요 야당후보들은 강하게 하야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철도노조파업,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드배치문제,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 그리고 대통령이 국면전환용으로 꺼내든 개헌까지 모두 우리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기회일까? 아니면 위기일까? 아마도 주요 정책과제는 이 폭풍 이후로 모두 미뤄지고 그저 하던 일만 계속 할 것 같다. 얼마 있으면 예산 정국이 시작되는데 위기에 빠진 국가경제와 서민들을 위한 특단의 조치보다는 정국주도권 싸움과 내각구성 등으로 피나는 싸움만 계속 될 것 같다.
사회 각 분야에서 2세, 3세가 부모나 가족의 뒤를 이어 사회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기업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법조계, 의료계, 연예계, 정계, 엘리트 스포츠 등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평범한 소시민의 자녀가 이 시대 파워엘리트 그룹에 진입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 이러한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의 근간에는 촘촘해져가는 기득권의 장벽과 경직되어가는 사회 시스템에 있다.
신뢰구도가 깨지고 공공선이 무너지는 현실에서 사회에 발을 디디지도 못하고 주저하는 청년들에게 창업과 벤처정신을 아무리 외친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반응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그나마 보장된 길인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자기 인생을 맡기려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지도 않은 인구 내에서 극소수의 좋은 직장에 가려는 이들은 넘쳐나서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기서 소외된 청년들은 계속 불안정한 미자립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누가 이들을 탓할 수 있는가?
3040세대가 출산한 다음 세대인 2000년~2010년 세대의 인구는 대략 반토막이 났다. 이 추세대로 가면 다시 20여 년이 지난 2035년에는 어떻게 될까? 우리세대 이후로는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더니 90년대에 태어난 청년들에겐 '결혼불능세대'란 딱지까지 붙여졌다.
영유아 보육예산, 청년자립을 돕기 위한 예산, 보훈관련 유공자 처우개선 예산 등 국민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업에는 가혹한 지방정부 책임 분담과 예산 삭감의 칼이 날아오고 있다. 지방정부는 하위 단계로 가면 갈수록 견제장치가 많아 예산을 헛되이 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지방의회와 지역 시민단체, 감사원의 감사,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등 촘촘하게 짜여진 감시체계와 주민 예산편성과 각종 민원 등으로 지방정부는 이젠 거의 "을" 내지 "병"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엄청난 기획예산을 편성, 집행하는 중앙정부의 부처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견제장치가 적다. 이해관계자들과만 교류하고 일반 시민들의 접근은 거의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총선, 본게임이 시작되면서 다시금 야당에서 '통합'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여야 1대1 구도에서는 해볼 만하지만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는 필패(必敗)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통합은 4년 전에도 시행되어 야당은 어느 정도 선전하였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통합진보당은 해산되고 정의당이 생기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분열되었다. 이것이 누구의 잘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