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나도록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느슨해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세월호 인양에 소극적이었던 정부가 되레 국민들에 의해서 탄핵되었고, 최고 권력자는 구속되어 수감되기에 이르렀지 않은가. 9명의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선체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져서 활동하고 있고, 국회는 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법안을 올해 안에 다시 제정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도 새 정부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에 AI를 진입시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데 고무될 것이고, 경제적 공리주의 역시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서 이를 반기는 낙관론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결국 AI 통제권을 갖는 자본에게는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창조적 영역에서 비켜선 노동자 대다수는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 뻔하다. 이런 지형에서는 사회주의적 접근이 보다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에게도 그 필요에 따른 충족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기본소득을 포함한 보편적 복지정책을 펼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50명이 넘었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이것은 공개적으로 드러난 최소한의 숫자일 뿐이다. 1994년부터 판매된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자는 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학조사로 그 유해성이 밝혀지기 전 '원인 미상 폐질환'이라는 이름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얼마였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망가진 폐로 인해 아파하고 고생했을 것이다.
"삼풍백화점 사고가 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넘어갔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세상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이런 사고가 계속 날 것'임을 아주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고, 그래서 패닉에 빠진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더 나은 삶 지수' 조사에 의하면 "정작 어려울 때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한국 사람의 비율이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고 한다. 위급할 때 달려와 보살펴주는 정치가나 관리가 없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도와주려는 이웃 사람들을 찾기 힘든 세상의 스산한 풍경이다. 그래서 과거 전쟁 중에 '각자도생'해야 했던 국민들은 전염병이 창궐한 오늘 '자가격리' 할 수밖에 없다. 각자도생의 세상은 사람이 만들어낸 '사회적 지옥'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중 한 분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비보호 좌회전' 같은 나라입니다. 정부가 뭘 해주길 기대하면 안 됩니다. 알아서 살아남아야지." 그처럼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누구도 나를 돌보지 않는 디스토피아 같은 이 곳을 이 책 《비보호 좌회전》은 성실하고 생생하게 조명하고 있었다. 1970년 와우아파트 참사,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1995년 경기여자기술학원 화재, 1999년 씨랜드 참사,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그리고 2014년 세월호 사건까지.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곳에서 건강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