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속마음이 다를 때 혹은 어떤 언술이 현실과 차이 날 때마다 버저가 울리는 TV 속의 거짓말탐지기처럼 한반도 현실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지난 열흘간 계속 진행되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의 암묵적 타협은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버저가 울렸고, 이른바 '한국 운전석론'은 G20에서 적절한 대북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냉엄한 국제 현실의 벽에 봉착했다. 그 모든 것을 떠나 새 정부에 기대한 관여와 대화로의 물길 트기는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당장의 가시권에서는 멀어지고 있다.
최순실 사태는 탈정치적인 문제이며 국민 전체의 문제이다. 이번 사태로 야당이 반사적인 이익을 얻겠고 문제를 알면서도 쉬쉬해온 새누리당은 불리해졌지만 그것은 부수효과일 뿐이며 국민 전체 vs. 박근혜 대통령의 대결이 현재 문제의 본질이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 대통령은 우리를 대표하고 지배할 권력을 가질 능력이 없다"는 것이며 바로 이 대표의 실패가 본질이다. 단순히 지지율이 문제가 아니다. 김영삼 때도 국민은 대통령을 부인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떤 정치적 고려도 지금 우리의 대표를 부인해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는 주권자의 의사보다 더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중요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