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비자들은 파괴적인 조업방식으로 잡히고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킨 '더러운' 통조림 참치를 더 이상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고, 이에 2014년 4월, 테스코는 자체브랜드를 비롯 그 어떤 지속가능하지 않은 참치캔도 진열대에 올리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아스다도 한 달쯤 뒤 같은 의사를 밝혔으며, 참치캔 순위 바닥에 있던 브랜드인 오리앤탈앤퍼시픽(Oriental & Pacific)사 또한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커다란 그물코를 이용해 참치를 잡는 등의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법어업을 저지른 다는 것은 곧 국제적 위상 실추로 직결됩니다. OECD에 속한 한국이 저지르기에는 국제 사회 규범에 맞지 않은 행동일 뿐더러,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자원을 소수의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고갈시키는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입니다. 한국 원양어선들의 불법어업 사례가 드러나고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불법어업국으로, 유럽연합으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아직 21세기 공동의 과제를 앞에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한국의 레스또랑들이 고급화되면서 푸아그라 요리도 부쩍 늘었다. 푸아그라가 고급요리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까닭이다.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 비윤리적인 사육방법을 동원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서양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토론도 꽤 벌어지고 있다. 나는 그 논쟁에 깊숙이 개입할 능력은 없다. 다만 프랑스든 이딸리아든 헝가리든 푸아그라를 위해 오리나 거위를 기르는 동네에 직접 가서 보시라는 말은 해주고 싶다. 푸아그라는 보통 600그램에서 1킬로그램까지 나간다. 거위나 오리 간이 본디 제법 크겠거니 믿었던 나는 보통의 '건강한' 간을 보고 크게 놀랐다. 아기 손바닥보다 작고 가벼워서 한입거리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은 간을 키워서 푸아그라를 만드는 인간이란 얼마나 집요한 족속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