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분명 한계가 있다
이 사안에서는 진정한 나쁜 강자와 진정한 착한 약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입자가 을을 위장한 갑질(요새는 이를 '을질'이라 부른다)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이 사안에 대한 고민은 끝이다. 사람들은 사건마다 갑과 을을 찾아내어 갑을 맹비난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게 되었다. 그러므로 사안에서 맹비난할 갑이 보이지 않으면 그 사안을 공론화한 을을 비난하게 된다. 즉, 오늘날 갑-을 찾기 놀이가 사회 체계의 개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공론화와 비난이 이루어져도, 남는 것은 누가 비난받을 사람이었느냐의 목록의 축적뿐이며, 제도는 개선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