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후배에게 귀농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긍정적으로만 말해 줄 수 없었단다. "농사를 시작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하늘과 동업하는 거라 항상 마음처럼 잘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1~2년 하다 말면 너무 손해라 선뜻 권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그는 "농촌에 젊은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귀농을 고민할 때 붙잡을 건 오직 자신의 소신. "자기가 생각한 대로 끝까지 할 수 있다는 마음만 있다면 되지 않을까요? 돈을 벌겠다고 오면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가치를 보고 와야 버틸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농사지은 거 죄의식 없이 팔 수 있고, '내가 기른 게 남한테 도움이 되겠구나' 하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게 되죠. 유기농은 '농약·화학비료 안 주고 어떻게 농사가 되느냐?'는 생각만 바뀌면 돼요. 한 번 체험하면 그 다음부터는 안 주게 될 거예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니까."
"농사는 아무나 못 지어요. 인내는 기본이고 몸이 힘들어도 해야 하고. 그 시기에 그 일을 안 하면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거든요.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이라면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생활은 녹록지 않다.
도경미 씨는 일손이 부족해 이주노동자의 도움을 구하는 입장이면서도 이들을 불합리하게 대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한국 사람과 똑같은 일을 똑같은 양 해도 하루 품값을 만 원씩 덜 줘요. 한국 사람한테는 밥 꼬박꼬박 해 주면서 외국 사람한테는 다 도시락 싸 오라고 하고. 일이 서투르니까 돈을 덜 준다고 하면 차라리 기분이 덜 나쁜데, 외국 사람이라 무조건 똑같이 못 준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