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여성폭력을 대하는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지난달 17일 외출 금지령이 내려졌다.
멕시코에서는 매일 평균 10명의 여성이 살해된다.
“(폭로 직후)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했는데, 왜 말을 바꿨는지 묻지도 않았나?”
"죽을 지도 모르는 절박한 위기와 공포에 놓여 있던 사람이었다."
"장난으로..."
시간당 50mm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수천 명이 자리를 지켰다.
경찰이 별도 집계를 하지 않아, '언론 보도'만 보고 추린 게 이 정도다.
누군가는 '나는 이 사회에 그런 정도의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지금까지 누려온 자신의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고자 한다. 강남역에 모여 살해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서로의 고통에 공명하는 여성들 앞에서 "남성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남성도 군대 가서 죽고 일하다 죽는 사회적 약자"라고, "남자 여자 싸우지 말고 화해하자"고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이 그렇다.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나중에"를 외친 대선후보와 그를 함께 연호한 이들이 그렇다.
우리는 학교에서 한 명의 인간으로, 시민으로 다른 이들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당연하지만 이것은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에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존재하며 이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여기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여성혐오가 무엇이고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성소수자는 괴물이 아닌 인간이며 그에 대한 혐오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간을 피부색과 출신지에 따라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 한국이 누군가가 스스로의 의도와 무관하게 잠재적 피해자로, 또 잠재적 가해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곳이며 더 이상 그런 곳이 되지 않도록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미처 다 나열할 수가 없다. 집 안에서, 골목길에서, 지나가다가, 거나해진 술자리에서, 아니 그냥 점심때 밥을 먹고 있는 도중에도 겪었다. 진짜 아무 생각 없는 놈도 있었고, 자기가 의식 꽤나 있는 줄 아는 놈도 술 취하면 비슷한 일을 저질렀다. 후배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모 선배(?)도 술에 취하면 여자 어깨에 손을 올리려 했다. 내가 그냥 재수가 옴 붙은 거였을까? 글쎄. 여성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런 경험이 전혀 없는 여자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살인자 입장에 빙의, '여자한테 무시당해서'를 강조하여 헤드라인을 뽑은 언론, 살해당한 여성을 '화장실녀'나 '노래방녀'라고 대상화하며 부르는 사람들, 기사에 여자친구를 태그하여 "그러니까 내 말 잘 듣고 일찍 다녀ㅋㅋ"라고 훈육하는 남자들을 보고 놀랐다. 그들에게는 이것이 '자신이 당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는 여성에 대한 기사가 여성에게 공포심을 주며 스스로의 행동을 조심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면 사회가 나아질까? 나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요구되는 '조심'의 수위만이 계속해서 차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