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는 조키아는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랐다. 먹이를 실은 트럭이나 자원봉사자 일행이 다가올 때마다 '끼익, 끼이익' 하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그럴 때마다 어디선가 어김없이 '꾸우웅-'하는 굵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단짝친구 '매펌'이다. 벌목코끼리였던 매펌은 조키아를 만난 순간부터 자식처럼 돌보았다고 한다. 조키아가 불안해 할 때마다 소리를 내서 '괜찮아, 놀랄 필요 없어'라는 신호를 보냈다. 식사 때가 되면 높은 소리로 친구를 부르고, 개울가로 목욕을 갈 때도 잊지 않고 챙겼다. 힘든 노역도, 모진 학대도 앗아갈 수 없었던 코끼리들의 아름다운 영혼. 그 앞에서 인간의 존재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유리벽 앞에 모여선 관람객 네다섯 명이 벽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벽 너머에는 마치 작은 밀림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다는 퓨마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를 한껏 낮춰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기다리던 사람들은 곧 망설임 없이 몇 걸음 옆에 설치된 스크린 앞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다음 동물을 찾아 나섰다. 어느 누구도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동물은 어디 있느냐'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