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을 공개하고 글을 쓰게 하면 '악플'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지숙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0년 인터넷실명제 효과를 연구한 논문에서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글쓰기 행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실명제의 본질은 인터넷 공론장에서 '민증 까고' 의견을 표명하라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나를 추적할 수 있는 세상은 곧 감시사회다. 감시사회에서 글쓴이는 자기검열에 빠지고, 표현의 자유는 위축된다.
몇몇 댓글이 눈을 찔렀다. "폼으로 맥 사놓고 윈도 프로그램 쓰려고 하네. 그럴 거면 왜 샀냐?" "왜 맥에서 돼야 함? 여기가 미국이냐 ㅋㅋㅋ." "걍 윈도 쓰면 되잖아." 아득했다. 불편하면 윈도 쓰라고? 언제부터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우리나라 표준 PC 운영체제가 됐단 말인가. 이 나라에선 '운영체제 선택의 자유'는 없는가. 맥 PC를 쓰는 일이 왜 허세로 비치는 것일까. 백번 양보해서, 허세로 맥을 쓰는 이용자는 공공서비스에 접속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건가. 언제부턴가 이 당연한 요구는 마치 '떼쓰면→선심 쓰는' 일처럼 인식돼버렸다.
액티브X를 향한 정부의 구애는 포만감도 모르나보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마침내 웹브라우저와 한 몸처럼 '플러그인' 돼버렸다. 애달픈 정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인의 옷자락을 붙들고 외친다. "액티브X 좀 더 쓰게 해주세요, 제발." 이런 한국 정부를 매정하게 걷어찬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 '윈도10' 심장엔 이름마저 폼나는 '엣지'란 웹브라우저가 들어섰다. 이 엣지에 액티브X 따윈 안중에도 없다. MS는 '정부' 대신 웹표준이란 '본처'에게 돌아갔다. 구글도 매한가지다. 구글은 9월부터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NPAPI'를 아예 막아버릴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