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이지만 의과대학 시절 평소 술을 많이 마시며 잘 노는데 공부를 잘하는 동기생들을 자주 목격하곤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도 호프집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는 경우가 허다한데 막상 시험을 보면 A학점을 휩쓸던 친구들이지요. 원래부터 머리가 좋은 천재인가 싶었는데 알코올이 숨은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가 발간하는 사이턴티픽 레포츠는 최근 영국 엑시터대학의 연구결과를 인용, 술을 마시면 술 마시기 전 공부한 내용을 잘 기억한다는 재미있는 실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얼마 전. 지난 16년간 나를 위로해 주고 지켜 주었던 내 강아지 토토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가 버렸다. 토토가 치매 현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토토를 돌보기 위해 거의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짐승도 나이가 들면 사람이 노환을 앓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 굉장히 핍진한 슬픔을 환기하고 있었다. 토토는 머리를 요란하게 흔들고, 정처 없이 헤매며, 어두운 구석으로 처박히듯 들어갔다가는, 이윽고 함정과 늪에 빠진 것처럼 되돌아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누구는 안락사를 시키라는 소리도 했다. 그러나 백번을 양보해 그것이 나와 토토를 위하는 말일지라도 무조건 절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만약 그런 짓을 한다면 나의 나머지 인생이 어떠할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인생은 결국 망한다.
입시제도를 개선하다가 수능을 2일로 늘리는 부담을 지기 싫어 해괴망칙한 발상으로 공통과학과 공통사회라는 괴물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타당성을 크게 결여한 개정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묻고 싶다. 다가올 20-30년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역량 등 근본적인 논의와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이런 임기응변적 졸속 개정에 시간, 노력, 자원을 낭비해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