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명 넘게 사망했다
에볼라가 내게 왔을 때, 나는 합리적이라고 자신했던 내가 순식간에 붕괴하는 것을 보았다. 이후로는 병에 대해 동요하는 사람들이나 사회를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병에 대한 공포 앞에서 망상과 불안에 면역되지 않는 인간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감히 누군가에게 동요하지 말라, 침착해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병과 병에 대한 공포는 어찌 보면 '다른' 문제이다. 병에 걸렸다면 최선의 치료와 약을 쓰는 방법을 찾겠지만 병에 대한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 공포를 추상적인 단계에서 현실적인 단계로 끌어내려 생각할 수 있는 정보와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 정보나 근거가 불확실하고 부재한 상황에서 사회와 개인에게 남은 선택지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낙타를 접촉하지 말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