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적 중심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고교 학생 선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고입선발시험 폐지 유도,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특성화고 취업희망자 특별전형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결국 고입체제를 전면적으로 중학생 학생부 중심으로 변화시킨다는 방침이다. 고교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사실상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의 고교판이다. 이러한 정책은 매우 크고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중학생의 내신 사교육, 컨설팅사교육을 더욱 팽창시킬 것이다. 중학교 재학 기간 3년 동안을 전면적인 경쟁체제로 몰아넣을 것이다.
'교육진보'세력은 '공교육정상화'를 명분으로 대학과 고교 입시에서 학교내신 반영비중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 학생들은 더 고통스럽다.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래, 아니 유사 이래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통제적인, 강압적인, 경쟁적인 삶을 살아간 적이 있던가? 그런데도 최근 소위 '진보교육감'들은 고교입학전형에서 중학교 내신 비교과 비중 높이기 경쟁을 하고 있다. 이제 중학생의 고통도 고등학생에 이르게 될 것이고 사교육비는 더 증가할 것이다.
국·영·수 위주의 대입제도는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 사실상 수학 중심의 대입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사실상 수학점수가 대학의 수준을 결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사교육의 수학 편향도 더 커질 것이다. 대한민국은 가히 수학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특기자전형 외 전 세계에 이런 대입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대입제도 하에서는 수학부진아는 단순한 수학부진아가 아니라, 학습부진아 취급을 당하게 된다. 학생이 수학 외 아무리 다양한, 좋은 재능, 강점이 있어도 수학을 못하면 학습부진아 취급을 받는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학생부 내용을 대학 마음대로 평가할 수 있다. 고등학교별 차이도 반영할 수 있다. 그럼 특목고, 자사고가 우대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반학교의 수능 대비능력 자체가 떨어져버렸다. 그러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라도 있으니까 우리아이들을 좋은 대학 보낸다고 얘길 한다. 어떻게? 비교과를 부풀려서. 비교과를 잘 써서. 그 과정은 아이들 능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다. 부모와 선생님이 나서서 학생부 잘 꾸며주고, 사교육 도움 받으면 얼마든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러니까 대입에서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 대입제도 개선에 대해 가장 심각한 장애는 그렇게 어렵고 의견이 분분하니 고치지 말고 그대로 두자는 의견과 심리다. 이러한 의견과 심리는 정부와 대학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클 때 더 커진다. 하지만, 고치지 않으면, 이대로 그냥 두면 문제는 지속될 뿐이다. 아니 더 악화될 것이다. 대입경쟁 자체가 문제니까 대입경쟁을 아예 없애거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가능하면 문제도 쉽게쉽게 만들고, 그 내용도 EBS지문에서 가져다(연계) 쓰자는 주장이 있다. 어느 나라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입경쟁은 존재한다.
대입전형의 객관성,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의 지나친 확대로 전형의 객관성, 신뢰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블랙박스 전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전형의 '비투시성(opacity)',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한다. '비투시성(opacity)'은 대학의 자체 결정에 대해 공적 감시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학생부종합전형)의 구체적인 전형기준, 가중치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 대필(代筆)은 교사(50%), 학생(80%), 학부모(83%) 모두가 빈번히 일어난다고 답했다. 교사도 50% 비율을 보여, 사실상 자기소개서 대필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 교육자들이 외면하고 싶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교육현실"이 여기에 있다. 필자도 대입 서류전형을 하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뻥"이고, "구라"인지 구별이 어렵다. 대입전형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진실과 "뻥" 그리고 "구라"를 찾아내어 판별하는 것이다. 전공적합성, 인성, 창의성 확인은 그 다음에 해야 할 과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