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한국 젊은이들의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세월호의 기억이 깔려 있는 것 같다. 87년 6월민주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한 '기억'도 있겠지만,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면 다 같이 세월호 얘기를 꺼냈다. 일본에서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면 "시위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냐", "시위보다 대화가 중요하다", "반대할 거면 대안을 내라" 등등 시비를 거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한국의 학생들은 이렇게 말했다. "시위야말로 대화"라고.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이 획일적인 교육을 한다고, 받는다고 해서 절대로 똑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한 가정의 식구들이 그럴진대 한 사회, 한 국가도 같은 역사와 전통을 갖고 같은 교육을 받아도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남과 북이 그렇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북한처럼 전 국민이 같은 생각을 갖고 같은 말만을 수십년째 되풀이하는 게 그렇게도 부러웠던 것인가. 겉으로만 그렇지 내심으론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이 많을 텐데도 말이다. 우리 사회가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사회라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일본과 달리 독일의 경우는 성공적인 과거청산이 국가 발전의 토대이자 원동력이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7년간의 독일 유학 기간 동안 독일의 철저한 과거청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내겐 그들의 과거청산이 '과잉청산'으로 보였고, 그들의 역사관이 '자학사관'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독일의 수천년 역사에서 히틀러의 집권 기간은 12년에 불과하지만, 독일의 학교에서는 이 기간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교육목표 또한 '제3제국의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놓여 있다.
일본 안보법안이 통과되자 일본의 유사시 한반도 진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 "한국 동의 없이 한국에 자위대가 진출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일본의 몇 마디 말을 근거로 우리 주권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건 말장난입니다. 임진왜란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정벌하겠다"고 말한 적 있습니까? "명나라 정벌하는 데 길 비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청일전쟁 당시 일본이 우리 동의 없이 왔습니까? 동학 농민의 반란을 진입하지 못하자 조선 정부가 일본에 출병을 요청한 것입니다.
안보법안이 통과되면 '자위대'는 지구화한 미일동맹의 단절을 메우기 위해 지구 어디에든 출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슬람국가(IS)가 펼쳐놓은 전선에서 지구적 규모로 일상화된 분쟁의 본질을 일본 국민은 감지하고 있다. 이에 반응하여 일본 국민의 심성에 자리잡은 '생활평화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