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의 섬'은 지난 21일 개봉했다.
그의 이름은 니시카도 토모히로다.
게임 역사가 새로 쓰였다. 〈갤러그〉와 동갑뻘인 게임 〈미즈 팩맨〉(Ms. Pac-Man)에서 무려 만점을 받은 이가 등장했다. 〈미즈 팩맨〉은 일본 남코가 내놓은 아케이드게임이다. 팩맨이 유령들을 피해 미로를 돌아다니며 공을 다 주워 먹으면 미션이 끝난다. 이 게임, 만만찮다. 유령이 어디로 방향을 틀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최고 점수는 26만6330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99만9999점을 딴 이가 나왔다. 주인공은 '말루바'다. 사람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이 재편할 직업과 산업 지형의 변화는 '발등의 불'이 됐다.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이나 투자의 효과도 제한적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환경에서 산업의 변화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광범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나 '빠른 추격' 전략도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에 패했지만, 만회하는 방법은 알파고의 결점을 찾아 묘수를 두거나 더 강력한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돌칼과 돌도끼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석기시대 이후 부단히 발달해온 도구의 역사는 곧 인류 문명의 역사다. 현실의 삶과 생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더 나은 도구를 만들기 위한 생각과 시도로 나타났으며, 삶은 날로 개선되고 있다. 무수한 도구가 명멸하면서 사람과 사회에 영향을 끼쳐왔지만, 지금 우리가 당면한 상황과 견줄 만한 때는 유사 이래 없었다.
"판단의 어느 영역까지를 전문가나 외부에 위탁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국가 최고지도자나 재벌 총수 같은 사람만이 아니라 어느덧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됐다. 이미 우리는 많은 판단과 업무를 외부, 특히 나보다 잘 할 수 있는 기계에 의존하고 있다. 들고 다니는 또 하나의 두뇌라고 말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덕분이다. 기억과 계산, 정보 분야는 이제 기계에 위임했다. 전화번호, 주소, 일정 등은 기계가 전담하고 있으며, 길 찾기나 금융상품 및 맛집 선택 등 판단의 영역도 기계의 추천에 따르고 있다.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DQN)은 컴퓨터에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간단한 규칙을 입력한 뒤 게임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후 컴퓨터는 효과적 공략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컴퓨터로 하여금 아타리의 과거 오락실 게임 48개를 플레이하도록 하자 게임마다 적절한 전략을 적용하는 응용력을 보이며 프로게이머 수준으로 능숙해졌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치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