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조커'의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피터는 '홈커밍' 때와 많이 다르다.
배트맨의 가장 무서운 숙적으로 큰 인기를 끌던 조커는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거치면서 미친 살인귀가 아닌 까불이 악동으로 이미지 변신을 한다. 거기에 결정타를 박은 것이 1966년 아담 웨스트 주연의 TV 시리즈였다. 물론 이 시리즈가 TV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서 배트맨을 당대 가장 핫한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격상시키고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한 공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캐릭터들이 거의 희화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만화 작가 사이에서는 배트맨이 가진 진정한 '어둠의 기사'로서의 면모, 배트맨의 악당들이 갖고 있는 잔인한 악인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하나의 숙원과도 같았다.
2006년 《배트맨: 레전드 오브 다크 나이트》 204~206호에 연재된 '고담의 광인들'이라는 스토리 아크에서 작가인 저스틴 그레이는 고담에 관한 재미있는 전설 하나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전설에 나오는 고담은 브루스 웨인의 조상이 미국에 건설한 가공의 대도시 고담이 아닌, 영국 노팅엄셔 주에 실재하는 마을이다. 때는 시간을 거슬러 로빈 후드가 셔우드 숲의 유쾌한 친구들과 함께 의적단을 결성하고 부자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던 13세기 영국.
최근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처럼 우리가 통제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소재인 만화도 하나 있다. 바로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이자 최근 가장 '뜨는' 악당인 할리퀸의 창작자 폴 디니가 거장 알렉스 로스와 수년간 공들여 내놓은 『JLA: 자유와 정의』다. 어느 날, 아프리카에 의문의 전염병이 발생한다. 하루 만에 급파된 구조팀마저 병마에 쓰러진 상황에서 정부는 저스티스 리그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리그는 정부 역시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명심하게. 정부는 우리가 공유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숨기고 있어."(배트맨).
내일(6월23일)이면 전 세계가 기다려 오던 새 배트맨 게임이 출시된다. 바로 『배트맨: 아캄 나이트』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쫀득한 손맛(!)으로 팬을 열광시킨 아캄 시리즈. 수많은 악당과 배트맨이 벌이는 힘과 두뇌의 싸움에 버금가는 이 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이라면 역대 배트맨의 수많은 배트 슈트를 다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슈트들은 주로 게임 속 과제를 해결하면 보상으로 주어지는데, 새 의상으로 갈아입고 고담을 날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닌 게 아니라 슈트 목록만으로도 76년에 달하는 배트맨의 살아있는 역사를 생생히 체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들 같은 로빈과 딸 같은 배트걸이 모두 그에게 죽거나 불구가 되었으니 조커를 향한 분노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쌓인 상황. 거기에 어린 시절을 함께한 절친 토머스마저 조커의 손에 죽임을 당하자, 배트맨은 급기야 이 모든 죽음과 불행이 자신의 소극적 대응 때문이라 여기고 마침내 조커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배트맨에게는 절대 어겨서는 안 되는 한 가지 원칙이 있었으니, '살인하지 말라'. 아무리 악독한 적이라도 자신의 임의가 아니라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불살(不殺)의 신념이었다. 조커는 바로 이 점을 노렸다. 그는 배트맨이 스스로 원칙을 깨고 자멸하게 하는 이 도박에 자신의 목숨마저 미끼로 걸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