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독립운동 등의 격렬한 저항에도 나타났듯이 정치적.군사적 배경 아래 당시의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하여 이루어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나라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저는 (중략) 스스로의 잘못을 솔직하게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이를 쉽게 잊지 못하는 법입니다. 이러한 식민지지배가 가져다준 많은 손해와 고통에 대해 다시 한 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심정을 표명합니다.
아베담화에도 식민지배와 위안부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만 '일제'라는 가해주체가 명확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주어'가 없다. 만주사변의 배경으로 세계공황을 든 것, 전후 세대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으름장(?)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요컨대 아베담화는 반성의 내용과 형식 모두 낙제점이다.
한일협정 체결 50년인 지난 6월 22일에 한일 정상은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교차로 참석했다. 일본 언론은 9월이면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지나칠 정도로 강경정책을 펼쳤다. 박대통령의 대일강경책이 지나치다고 평가했던 사람들도 이같은 대일정책의 전환에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뚜렷한 이유가 없는 갑작스런 전환이기 때문이다.
균형외교가 지속적인 안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강대국들의 권력정치 속에서 균형점 자체가 유동적이며, 국력에 따른 위계질서 속에 한국과 같은 비강대국의 입지가 매몰되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자기보전을 추구하는 양자관계 중심의 외교를 넘어서 동북아와 동아시아로 시야를 넓게 잡는 외교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