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부=악'이고 '가난=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부자라고 해서 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착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부자와 빈자, 악과 선의 대결보다 인간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요. 개인이 자기의 역할만 제대로 해줘도 세상은 지금보다 좋아질 것 같다고 믿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 아이돌 혹은 어린 친구들이랑 작업을 많이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작업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이었을 거예요. 여긴 내 자리가 아닌데 하는 생각들 때문에요. 실제로도 2007,8년쯤에는 그런 생각들 때문에 괴로웠던 적도 많아요. 대중음악 시장이 제가 생각했던 것들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더 이상 사람들이 음악을 '귀로 듣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눈으로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음악인보다는 비디오 스타에 열광하고, 앨범 자체로가 아니라 조각조각 난 노래들을 모바일 기기 등으로 소비하는 현상들 때문이었죠.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많이 극복이 됐어요.
"매일 집에 가기 전에 파머스 마켓에 들러서 그때 파는 가장 싱싱한 재료를 사서 집에 가 깔아놓고 그 때부터 무엇을 만들지를 고민해요. 로봇을 만들 듯이 요리를 디자인한다고 할까요? 재료의 텍스처(texture)를 생각하면서 만들어 먹곤 하는데, 처음 요리를 구상할 때 생각했던 맛이 나오면 '아! 이거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죠."
"불과 2주 전 다녀온 고르카 주 만드레 지역이 이번 지진의 진앙에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큰 걱정입니다. 모든 연락이 두절되어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피해가 클 것 같아요. 불과 2주 전만 해도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며 기뻐할 정도로 축제 분위기였는데 이게 무슨... 일단은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적십자사가 하는 일을 도울 겁니다. 그리고 제가 할 임무를 다 마치게 되면 학교를 지은 곳, 또 지으려고 했던 곳도 방문하고 산에도 올라가 둘러볼 생각입니다. 사실 정신이 좀 없고 정확히 얼마나 어떤 지역에서 머무르게 될지도 아직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