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친일파의 연구라도 맞는 부분은 취하고, 아무리 독립운동가의 연구라도 비판받을 부분은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 게 학문의 세계라고 믿습니다. 저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논쟁의 본질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미 70년이 넘어선 일제 식민지 청산의 관건은 결국 "한국인들의 자신감 회복"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로 발전한 우리가 왜 이렇게 고대사의 사이즈에 집착해야 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공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할 검찰에서 실력이나 노력보다 기수가 우선이란 사실이 너무도 이율배반적이고 희극적이다. 오랜 관행을 깨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걸 당연시 해왔던 언론 등 세간의 인식도 큰 문제이고. 그러니 무리한 기소나 봐주기 기소가 횡행해도 무풍지대일 수밖에 없었겠지. 이제 제발 한국에도 나보다 능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후배 밑에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금씩이라도 정착되어 가면 좋겠다. 쉽지 않겠지만 이번 검찰의 기수 파괴가 한국 상류사회의 연공서열 중시 풍토를 깨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