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이게 옳은 방향이라고 해도,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기업의 전력을 운용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화석연료 수입량이 세계 3·4위에 이르고, 공산품을 수출해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그 대답은 '가능'입니다. 물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와 정책적으로 현실화하는 일 사이에는 간극이 있겠죠. 하지만 IT 기업뿐 아니라 BMW, 코카콜라, P&G 같은 전통 제조업체까지 100%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약속하고 나서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합니다.
이미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4~2035)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을 통해 한국의 에너지 경로가 재확인되었다. 핵발전과 석탄발전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OECD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국가목표는 대단히 낮다. 2035년까지 총 에너지소비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으니, 나머지 89%는 핵과 화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시나리오를 짠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량이 향후 15년 내 화석에너지를 앞지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한국정부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계획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는 시점은 대략 2020년부터 2029년 사이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와 화력발전의 발전단가가 역전하는 시기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지금 재생가능에너지를 등한시 하고 있는 한국은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전혀 경제적이지 않은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미래에도 애물단지처럼 떠안고 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정부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누가 보더라도 근시안적이며,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IT업계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향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이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지구를 생각하는 '착한' 마음 때문만이 아닙니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는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고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한 현명한 경영적 판단입니다. 한국의 IT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요?
전 세계 면적의 2%에 불과한 도시. 이 좁은 도시 안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도시 내 건물, 차량은 끊임없이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고, 그 양은 전체 온실가스에 7~80%에 달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도시는 주체가 아닌 관찰자였다. 중요한 논의는 구체적 실천을 담보할 도시를 배제한 채 국가 중심으로 이뤄졌다. 더 이상 국가적 선언만으론 온실가스 배출이 야기하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997년 12월, 세계 180여개국 수장들이 힘겹게 체결한 <교토의정서>가 아무런 성과 없이 종결됐던 것도 냉엄한 국익의 굴레 속에서 구체적 실천 목표의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도시에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