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Gender |인도 1 - 프레르나 걸즈 스쿨
세상이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모든 것을 이루었고 좋은 사람이야, 라는 믿음도 허망하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사상누각 같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일라이 로스의 영화가 그런 의미를 담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그의 악취미는 눈에 확 들어온다. 사람들의 눈에 좋은 것, 절대 욕먹거나 비난 받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재면서 만들어지는 것들은 심심하고 잠시만 좋을 뿐이다. 의도적인 악취미도 나름 좋지 않은가. 직접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피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피하고 외면하고픈 것들을 일일이 끌어내서 전시하는 위악은, 불편하지만 인상적이다. 가끔, 아주 가끔 위악이 필요한 것은 그런 이유다.
많은 독자들이 「백경」의 작가 정도로만 알고 있는 허만 멜빌은 미국문학의 거성인 동시에 법률문학의 대가였다. 멜빌의 많은 중, 단편 중에 흔히들 '법률 삼부작'으로 불리는 「바틀비」, 「베니토 세레노」, 「수병, 빌리 버드」는 흔들리지 않는 명성을 누린다. 법률 삼부작 중에 「바틀비」가 가장 먼저 발표되었다. 멜빌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오늘날에도 활발한 비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 바틀비의 정체와 성격을 두고 최소한 그가 일하는 법률사무소의 열쇠 수(4개)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어 왔고 속속 새로운 열쇠가 복제되고 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감독으로 살아남기 위해 꼭 '거장'이 돼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느 분야의 '최고'만이 살아남는 사회는 결코 행복한 곳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난 스페인 감독 헤스 프랑코는 82년 간 250여편 이상의 영화를 감독, 제작했다. <뱀파이어 킬러 바비>, <백인 식인종 여왕> 등 제목만으로도 그 허접함이 느껴질만한 시(C)급 영화들을 평생 만들어왔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한 해 동안에도 네 편의 영화를 감독했다. 현실적으로 나 같은 감독이 부러워야 할 대상은 임권택 감독이나 폴란스키가 아니라 프랑코다. 거장이 아니더라도 죽을 때까지 영화만 만들면서 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