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일본 연구가
차리석 선생의 아들이 나섰다
인간의 일생과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지나간 운명은 되 돌이킬 수 없다. 자력근대화를 할 수 있었으나 일제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는 가설은 '만약'이라는 상상으로만 가능하다. '긍정적 역사창출'이라는 명분으로 자의적 해석된 민족적 자아도취만으로 암울한 국제정세를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식인들이 이 문제가 사법처리로 가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와 시각에서 진지하고 용기있게 대응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필자가 지식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주변인들은 박유하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도 평을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무시전략을 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런 점을 볼 때, 지식인들의 학문적 공론장 역할은 거의 하지를 못했고, 따라서 이번 사태가 사법처리로 이어진 데에는 지식인들의 책임방기가 있었고 이것은 지식인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망인이 친일행위를 거부하였을 경우 정상적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였다면, 그의 친일행위를 자발적 친일행위로 간주할 수 있겠습니까. 기업가인 망인으로서는 국가도 유지하지 못하는 관념의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사업을 반드시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망인이 자신의 직업인 기업 활동을 계속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비유컨대 일제에 곡식을 공출 당하는 것이 친일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농업을 그만둔 농민이 있었다면, 그는 대한민국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아 마땅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농부가 계속 농업에 종사했다고 하여서 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은 종사하는 직업이 공업이든 상업 또는 교육이나 기업 활동이라 해서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믿습니다.
박근령의 인식과 발언이 무엇보다 문제인 건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건 대한민국이 일제의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지양하는데서 국가의 정통성을 찾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제의 식민지배를 옹호하고 찬양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이자 반역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