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박근혜정권의 임기가 사실상 15개월이나 단축된 덕에 본래 박근혜 몫이었던 대법원장과 헌재소장, 대법관 2인까지 새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됐다.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장을 진보성향으로 임명하면 대법관도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향후 5년간 총12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할 예정이라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대법원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관도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기 때문에 대통령 몫 3인과 여당 몫 1인에 대법원장 몫 3인까지 총7인이 진보나 중도성향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리국민들은 역사상 가장 진보성향의 사법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노동절 집회에 가서 노동자 욕하고, 쌀값투쟁 자리에 가서 농민을 경멸하는 발언을 하는 게 멍청한 짓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지금 집회에서 여성 집단에 대한 비하를 너그럽게 용인하자는 주장이 전략적으로 멍청한, 우리 같이 집회 포기하고 자멸하자는 이야기랑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처럼 자명한 사실조차 보지 못하는 이들이 집회에서의 여성혐오를 옹호하며 자신들이 "현실정치"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게 심각한 블랙 코미디라고 느낀다. 유감스럽게도 그 선량한 '진보'들은 현실정치를 전혀 모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그걸 모른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다.
지금껏 역대 선거에서 겉으로 보기에 그럴 듯한 정책안과 미래비전을 내세우지 않은 후보나 정당은 없었다. 하지만 한두 번의 예외가 있긴 했지만 번번이 립 서비스로 끝났다. 후보와 정당의 진정한 목소리가 아니라 빌려온 것이었고, 당선 이후 오리발을 내밀었다. 진보당에서 한겨레당, 민중당, 국민승리21로 이어지는 범진보 혁신정당에서 애써 기획하고 정리한 내용을 베껴서 변조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까운 예로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의 담론이 그렇다.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그가 대만의 디지털 부문 총괄 무임소장관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언론들은 입을 모아 "아이큐 180의 천재 프로그래머" "대만 최연소 장관이 된 트랜스젠더"등 그의 천재성과 성 정체성, 나이를 강조하는 기사를 연거푸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어느 언론에서도 그가 어떻게 젊은 나이에 디지털 부문을 총괄하는 장관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의 진짜 중요한 이력에 대해선 관심을 두지 않았죠.
8월동안 유력정당 둘이 전당대회를 통해 비대위체제를 벗어나 정상적인 당권질서를 회복했다. 한데 묘하게도 여당과 야당이 서로 쌍둥이마냥 닮은꼴이 돼버렸다. 새누리당이 대표와 최고위원을 친박 일색으로 채우는 비상식적 구도로 비대위를 벗어나더니, 그 후 스무 날도 채 되기 전에 더민주당도 친문 일색으로 지도부를 채우는 당권구조를 갖추었다.
현행헌법에서도 광범위한 사회권을 보장하고 경제헌법으로 불리는 제9장 경제의 장에서 제119조의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비롯하여 제127조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예를 찾기 힘든 국가의 경제개입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규범의 규범력은 그다지 강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실업 해소 및 청년복지 구현, 노동자, 농민의 권리실현, 사회적 취약계층이 갖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실질화, 재벌에 대한 규제 등을 얘기하는 것은 국가가 사회국가원칙에 기속되어 헌법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기본권을 보호하고 보장하고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실현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