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 2015년 9월 10일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국정감사가 세종청사에서 열리고 있어, 늘 참석하던 주최기관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담당자는 자살예방의 날에 참가하지 못했고, 늘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던" 국회의원 하나 참석하지 않았고,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은 10월 12일로 연기되었다.
첨단기술 환경은 인간의 생활을 전방위에서 변화시키며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를 위해 우리 삶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사라진 느낌들은 얼마나 많은지. 공중전화기 앞에서의 두근거리는 설렘, 잡지의 뒷면 펜팔란에서 본 미지의 대상에 대한 궁금함, 헤어진 오랜 친구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은, 즉각적인 연결과 검색기능으로 사라져 버렸다. 알고 싶은 것, 찾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기다림의 소중함 없이, 즉각적이고 소비적인 만족을 준다.
OECD에서 탈퇴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에서 즉시 벗어나게 만드는 쉬운 선택인지도 모른다. 허무개그처럼 들리거나 냉소적으로 들리는 이 말은, 실제로 삶의 여러 지표를 들여다 본다면 그리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삶의 만족도 지표 34개 회원국 중 26위. 정부의 공공지출은 가장 낮으며, 자살률, 출산율, 이혼율 등 가족 공동체적 지표 역시 최악이다.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가장 길지만, 노동생산성은 최하위권이다. 노인빈곤율 1위,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가계부채, 소득불균형, 부의 편중비율, 고용불안, 비정규직 비율 최상위...
정부의 자살예방정책이란 단순히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자살예방활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살예방활동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체계를 말하며, 효과적 자살예방을 위해 국가전략은 국가적인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자살의 원인을 분명하게 파악하며,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평가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할 자살예방 종합대책이, 1년 반 이상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