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N.EX.T)의 2집 앨범인 < The Being >은 내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접한 명반이었다. 록이 뭔진 잘 몰랐고 그냥 넥스트의 음악이 좋았다. 그리고 가사를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의 내가 좋아했던 신해철의 가사를 다시 보면서 그 시절에 그가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생각했다.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릴 수는 없어.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신해철과 서태지는 90년대를 관통하는 뮤지션이자 메신저였다. 둘 다 시대에 맞서는 총아 같은 인물로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신해철이 끊임없이 언어로서 세상과 충돌하는 사이, 서태지는 언어의 미로 속에 숨어 들어가 자신만의 낙원을 찾아갔다. 죽은 신해철은 말을 남겼고, 산 서태지는 말을 아낀다. 신해철의 말은 죽어서도 산다. 살아있는 서태지의 말은 자취를 감췄다. 드러나도 알아들을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