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앞둔 가운데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실태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필자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오래전 플라자합의가 뇌리를 스쳤다. 1985년 9월 22일 프랑스와 독일, 일본, 미국, 영국 등 선진 5개국 중앙은행 총재가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만나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이것이 순조롭지 못할 때에는 정부의 협조개입을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이것을 플라자합의라 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한·중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국민으로서는 정말 억울하다. 잘 살펴보면 한국은 외환조작을 하는 게 아니라 노동덤핑을 하는 국가다. 한국의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2002년 정규직의 67.1%였지만 2015년도에는 정규직의 43%에 불과했다.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도 2016년 8월 기준 32.8%(통계청)로 3명 중 1명(644만4000명)이다. 즉 케네디대통령이 언급했던 소셜덤핑을 하는 사회다.
옥시의 변호인인 김앤장의 범법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서 전문가의 직업윤리는 교과서에만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새삼 실감한다. 적어도 수백명의 전문가들이 4대강 환경평가,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의 실상을 나름대로 알고 있을 것이지만, 소신을 갖고 발언한 내부자나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이번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도 환경운동가 최예용씨나 백도명 교수 등 몇 사람의 뜻있는 학자들이 자기 호주머니 털어서 실태를 조사하고 그 위험을 경고하지 않았으면 계속 묻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