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다짐을 새긴 노란 조끼를 입고 세월호 가족들은 지금도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이 투쟁에 부지불식간에 앞장서왔던 가족들은 사실 치유받고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선두에서 더 상처입고 피 흘리지 않도록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이제 시민사회와 언론과 정치와 국가가 그들의 편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진실과 정의와 존엄과 안전에 관한 권리를 마땅히 누리도록 도와야 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서약을 실천하는 일이 더욱 간절한 시간이 찾아왔다.
크고 작은 모든 권력 중에 선출직의 권력만을 민주주의적 1인 1표로 구성하고 교체한다. 다른 권력은 보통사람들의 1인 1표와는 아무 상관없이 성립하고 유지되며 사라진다. 보통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뿐 영향을 받지 않는 권력들이다. 재벌과 사용자의 권력이 그렇고 관료와 검찰, 판사의 권력이 그러하며 학자와 전문가, 문화예술인의 권력도 같다.
대책본부가 사고 전후 구조세력 투입규모를 과장하는가 하면, 충격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에 치중했다는 정황도 밝혀졌다. 당일,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해역에서는 보트 몇대만 있는 등 구조상황이 거의 없었던 것을 알고 있었고 실질적으로 당일 잠수한 인력이 네명에 지나지 않음에도 당국은 참사 당일 200명 가까이 잠수인력을 투입했다고 발표했다. 4월 17일 잠수가 중단됐고, 고무보트조차 발견할 수 없었지만 정부는 잠수부 500명이 투입되었다고 발표했다. 위기관리매뉴얼에는 '충격상쇄용 기사 아이템 개발'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어서 재난과 참사에서 오히려 여론만 신경 쓸 뿐 생명을 살리는 데 얼마나 무능한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의 육성기록인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물이 앞을 가려 끝까지 보기가 참 힘들었다. "부조리하고 내 이익만 챙기는 세상인데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내 이익만 챙기지 않는 아이로 키웠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오래 살려구요. 오래오래 살아서 우리 아들 기억해줘야죠.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들 잊는 사람들도 많아질 거고 벌써 잊은 사람도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