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은 검열의 창궐이었다. 문화기관은 전문성과 무관한 친정부 인사의 낙하산 일색으로 채워졌다. 경쟁사회에서 공모(公募)는 거짓 공정성의 전형적인 방식이 되기 십상이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밀실에서 권력의 뜻을 관철하는 알리바이 구실을 한다. 당사자든 국외자든 저항하지 않고 실력이나 운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봉건군주제식 통치술을 구사함으로써 민주공화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권력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생물학적 아버지인 박정희에 대한 비판에 민감했다.
여소야대로 출발한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석달이 되어간다. 하지만 야대 국회를 실현한 유권자들에게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보다 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 대한 정부의 예산·인력 지원 강제중단 사태와 세월호 특검 임명안 등에 대한 야대 국회의 의도된 무관심과 무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진보'가 밉고, 싫어질 때가 매우 많아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을 시작했다. 마음이 아프다. 과반을 넘으면 세월호특별법을 해결할 것처럼 말했는데 지금은 국회선진화법을 이야기하며 180석이 안되어 어렵다고 말했단다. 당연히 야당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고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나는 우리가 과반이 되어도 할 수 없는 것, 우리가 집권해도 할 수 없는 것은 주장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더 진보적인' 주장이 아니라 '더 무책임한' 주장이기 때문이다.
2016년 4월 16일 안산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제단에 바쳐진 투표확인증을 보았다. 그 투표확인증은 생존학생이 희생된 친구에게 보여주는 다짐이며, 희망이었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국회의원과 대통령에게 허락한 것은 그들만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할 자격이다.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도록 감시하는 주체는 국민이고, 미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과 청년 들이다.